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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게 섰거라'-청년 8인의 스페이스 마피아가 뛴다

최준호 2019. 1.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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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32·왼쪽)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과 이성문(24)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이 4일 오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났다.. 박 씨는 큐브 위성(무게 10kg 이하)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고 이 씨는 2017년 과기정통부 스타 창업커뮤니티 3기 멤버로 우주쓰레기 예방을 위해 초소형위성 운영 종료 후 지구 재진입을 유도해 안전하게 연소되게 하는 Deorbit 시스템을 개발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스페이스 마피아 자처하는 한국 우주 키즈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세계를 뒤흔들던 1950년대 말, 미국 한 가난한 광산촌의 소년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로켓 개발의 꿈을 키운다. 화재와 폭발사고의 연이은 어려움 속에서도 소년은 결국 성공을 일궈낸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활약했던 호머 히캠의 자전적 소설『로켓 보이즈』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옥토버 스카이’(1999)의 줄거리다. 이 같은 소설과 영화가 우주 최강국 미국의 청년들에게 도전의 꿈을 심어줬음은 물론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우주 개발의 꿈은 더 이상 강대국 청년들만의 꿈이 아니다. 지난해 12월1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스페이스 마피아’란 이름의 단체가 발족했다.‘우주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들의 모임’이란 설명이 붙었지만, 대부분 20대 초ㆍ중반, 많아야 30대 초반의‘학생 사장님’8명의 모임이다. 이들은 초소형위성ㆍ로켓ㆍ로봇ㆍ드론ㆍ센서 등 전공도 다양하다.

아직 자력으로 인공위성 하나 쏘아 올리지 못하는 한국에서 학생이 무슨 우주 스타트업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위성ㆍ로켓개발 등 첨단 우주 기술로 무장한 창업가들이다. 지난 4일 회의 참석차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찾은 박재필(31)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와 이성문(23) 우주로테크 대표를 만났다.
박재필(32)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이 4일 오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 씨는 큐브 위성(무게 10kg 이하)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다.프리랜서 김성태


글로벌 트렌드, 초소형위성 제작하는 대학원생

박 대표는 스페이스 마피아 8인 중 맏형이지만 여전히 때묻지 않은 학생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재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석ㆍ박사 통합과정 학생이면서, 종업원 10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사장이기도 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무게 10㎏ 이하의 초소형위성을 제작하고 있다. 큐브 위성으로도 불리는 이런 위성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굳이 크지 않아도 기존 위성의 성능에 버금간다.

박 대표가 초소형 위성제작 스타트업에 뛰어든 데는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1회 초소형위성경연대회가 계기가 됐다. 연세대 학부시절 인공위성 동아리‘SATY’를 만들어 활동해온 덕에, 처음 열린 대회에서 ‘최종 3팀’선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과에 용기를 얻은 그는 경연대회에 같이 참여했던 경희대ㆍ항공대 등의 친구들과 2015년 3월 자본금 1억원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그간의 실적도 만만찮다. 지난해 1월에는 카니발엑스라는 미국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핵심기술을 검증하는 3㎏ 짜리 큐브위성을 만들어 인도 스리하리코타 발사장에서 PSLV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당시에는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의 프로젝트 팀장으로 수행한 일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회사 차원에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올라간 서울대의 SNUSAT-2호 큐브 위성을 제작하는데 참여해 컨설팅과 자세 결정 제어 소프트웨어, 태양 센서 보정 담당, 데이터 분석 등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연구비 포함 3억7000만원. 주요 대학교의 초소형 위성 관련 컨설팅과 기술 참여 등으로 힘들게 올린 실적이다. 올해 목표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라는 회사 이름으로 위성체를 쏘아올리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는 현재 초소형위성 전문기업으로는 항우연 연구원 출신 박사님이 하는 드림스페이스월드와 우리 회사밖에 없다 ”며“우리나라 우주기술 기반 회사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문(24)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이 4일 오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 씨는 2017년 과기정통부 스타 창업커뮤니티 3기 멤버로 우주쓰레기 예방을 위해 초소형위성 운영 종료 후 지구 재진입을 유도해 안전하게 연소되게 하는 Deorbit 시스템 개발했다.프리랜서 김성태


우주 쓰레기 방지 솔루션 만든 학부생

우주로테크의 이성문 대표는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이다. 지난해 3월 광주광역시에서 우주 쓰레기 예방 솔루션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초소형 위성에 추력기를 달아 위성의 고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수명이 다할 경우 우주 쓰레기로 남지 않도록 대기권 안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최근 들어 초소형 위성이 일반화하고, 수십~수백 개의 군집 형태의 초소형 위성도 등장하면서 우주 쓰레기의 폐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데 착안한 사업 아이템이다. 일반적으로 초소형 위성에는 추력장치가 없다.

이 대표도 박 대표처럼 어릴 적부터 우주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때 물로켓 전국대회에 나가고 중학교 때 사제 화약을 이용해 로켓을 만들었다. 고교 때는 동아리를 넘어서 국제대회까지 진출했다. 남들은 수능시험에 몰두하는 고교 3학년 여름, 미국 콘라드재단이 주최하는 항공우주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까지 받아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발사체를 해보고 싶었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기술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며 “2020년쯤 박 대표의 큐브위성에 우리의 추력기를 붙여서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동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 KAIST 학부생

‘스페이스 마피아’에는 우주로켓을 직접 만들고 있는 대학 학부생도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로켓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신동윤(22) 대표가 그 주인공인다. 그는 현재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 신분이다. 추력 450㎏ 급 소형 액체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소형로켓은 초소형 위성 시대에 주목받는 분야로, 일본이 틈새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우주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인 2012년 아마추어 우주로켓 모임을 만드는 끼를 보였다. 고교 시절에는 학교를 중퇴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고교생 신분으로는 한국에서 우주로켓 관련 공부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캐나다 현지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워털루대학 2학년까지 다니며 고체 로켓 동아리 활동을 하던 그는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017년 특기자 전형으로 KAIST에 입학했다.

신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학생 신분이지만, 그래도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아직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어 조심스럽다”며“올해 중으로 액체로켓을 발사할 계획이 있는데, 그때가 되면 당당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남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업전략실장은 “경험 많은 기존 사업가나 과학기술자들도 감히 나서기를 꺼리는 우주기술 분야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파이어니어 정신을 가진 한국의 우주 신세대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라며“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청년들을 적극 지원ㆍ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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