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천규 차관, 스님 찾아 환경부 기관 임원 사퇴 압력"
"박 차관 조계종 고위관계자 찾아가 압력"
이진화 전 국립공원 관리공단 감사 주장
박 차관 "국립공원 노조 동향만 말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진화 전 상임감사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당시 환경부 자연보전국 국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경 조계종 총무원 고위 관계자에게 찾아가 내가 사퇴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전 감사는 "스님에게 사퇴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뒤 황당해 박 차관에게 항의 전화를 하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스님을 통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박 차관이 '예우를 갖춰 7월 1일까지 그만두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감사의 법적 임기는 약 8개월 가량 남아 있었다.
이 전 감사는 "내가 오랜 기간 불교 관련 비영리(NGO) 활동을 해왔던 것을 알았던 박 차관이 조계종 스님을 통해 압력을 가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방식이 새롭고 치밀하다고 느껴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당시 박 차관과 만났던 조계종 스님은 "박 차관과 이 전 감사의 동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사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이 전 감사의 주장에 대해 박 차관은 중앙일보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조계종 종단에게 이 전 감사에 대한 사퇴 요청은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이 전 감사에 대한) 국립공원 노조 동향은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퇴 요청은 정말 조심해야 될 사항"이라며 "이 전 감사는 노조가 고발했고 임기를 다 채운 뒤에도 몇개월 더 근무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감사는 환경부에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따른 경고조치를 받았으나 강제 음주에 대해선 무혐의를 받았다. 이 전 감사는 "폭언 혐의 등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전 감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사퇴 압력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당시 모든 사람이 나를 반대했다면 버티기 어려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박 차관의 반박대로 이 전 감사는 2년 임기를 채운 이후 약 6개월가량 더 근무했다. 실제 퇴사한 날짜는 지난해 7월 23일이었다.
이 전 감사는 "임기를 채운 뒤 조직을 떠나려 했지만 후임자가 오기 전에 자리를 비우면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후임자가 온 당일에 통보를 받고 관사를 그날 바로 비워줬다"고 했다.
이 전 감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사퇴를 압박하는 방식에 당혹스러웠다"며 "임기를 채운 후에도 자리에 남아있던 날들은 매일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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