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박천규 차관, 스님 찾아 환경부 기관 임원 사퇴 압력"

박태인 2019. 1. 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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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새로운 폭로
"박 차관 조계종 고위관계자 찾아가 압력"
이진화 전 국립공원 관리공단 감사 주장
박 차관 "국립공원 노조 동향만 말했다"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시무식에서 박천규 차관(오른쪽)이 산하 단체장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 차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연합뉴스]
검찰에서 수사 중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진화 전 상임감사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당시 환경부 자연보전국 국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경 조계종 총무원 고위 관계자에게 찾아가 내가 사퇴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전 감사는 "스님에게 사퇴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뒤 황당해 박 차관에게 항의 전화를 하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스님을 통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박 차관이 '예우를 갖춰 7월 1일까지 그만두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감사의 법적 임기는 약 8개월 가량 남아 있었다.

이 전 감사는 "내가 오랜 기간 불교 관련 비영리(NGO) 활동을 해왔던 것을 알았던 박 차관이 조계종 스님을 통해 압력을 가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방식이 새롭고 치밀하다고 느껴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당시 박 차관과 만났던 조계종 스님은 "박 차관과 이 전 감사의 동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사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이 26일 공개한 문건. [자유한국당 제공]
당시 박 차관은 조계종 소속 사찰이 위치한 국립공원 관리를 총괄하는 자연보전국의 국장을 맡아 종단과의 접촉이 활발했던 상황이었다. 박 차관은 이후 기조실장을 거쳐 2018년 8월 환경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이 전 감사의 주장에 대해 박 차관은 중앙일보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조계종 종단에게 이 전 감사에 대한 사퇴 요청은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이 전 감사에 대한) 국립공원 노조 동향은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퇴 요청은 정말 조심해야 될 사항"이라며 "이 전 감사는 노조가 고발했고 임기를 다 채운 뒤에도 몇개월 더 근무했다"고 반박했다.

박 차관이 언급한 노조 동향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노동조합이 이 전 감사를 폭언·폭행 혐의로 고발하고 사퇴를 촉구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임원 사퇴 동향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박천규 차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모습.[연합뉴스]
국립공원 관리공단 노조는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인 이 전 감사를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임기 초반부터 사퇴를 촉구했다. 이 전 감사는 2016년 9~10월 감사를 하던 공단 직원에게 강제 음주를 권하고 다른 직원들에겐 폭행·폭언 등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감사는 환경부에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따른 경고조치를 받았으나 강제 음주에 대해선 무혐의를 받았다. 이 전 감사는 "폭언 혐의 등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전 감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사퇴 압력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당시 모든 사람이 나를 반대했다면 버티기 어려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박 차관의 반박대로 이 전 감사는 2년 임기를 채운 이후 약 6개월가량 더 근무했다. 실제 퇴사한 날짜는 지난해 7월 23일이었다.

이 전 감사는 "임기를 채운 뒤 조직을 떠나려 했지만 후임자가 오기 전에 자리를 비우면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후임자가 온 당일에 통보를 받고 관사를 그날 바로 비워줬다"고 했다.

이 전 감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사퇴를 압박하는 방식에 당혹스러웠다"며 "임기를 채운 후에도 자리에 남아있던 날들은 매일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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