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짓기만 급급한 정부.."DR 정상화 등 수요관리가 먼저"

남궁민관 2019. 1. 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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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최대치 맞춘 발전설비 확대..낭비도 심화
업계 "효율적 전력 사용 위한 수요관리 더 시급"
DR 정상화 및 전기요금 현실화 목소리 커져
(자료=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전력 소비구조 재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발전량 및 설비용량 등 공급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오히려 수요관리와 전기요금 현실화 등 소비 관리가 더욱 시급한 과제라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최대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설비를 늘려온 것이 되레 발전설비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연히 수요에 맞춰 공급을 결정하는 현재 정책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원거래(DR) 시장 활성화 등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연중 전력수요 들쭉날쭉…노는 발전설비 는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2018년 119GW로, 2016년 100.2GW 대비 18.8GW 증가했다. 반면 연중 최대 전력수요는 2016년 85.2GW(8월)에서 2018년 92.4GW(7월)로 불과 7.2GW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휴 발전설비가 2016년 최소 15GW 규모에서 2018년 26.6GW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유휴 발전설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속 발전설비 용량을 늘리는 이유는 최대 전력수요시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을 막을 공급예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급예비력이란 고장 또는 예방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불가능한 발전기들을 제외하고 즉시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 용량 중 최대전력을 상회하는 예비전력을 뜻한다. 2018년 전체 발전설비 용량 119GW 중 즉시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 용량은 99.5GW를 기록했다. 이에 연중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한 7월 공급예비력은 7.1GW에 그친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전력수요 성수기를 기준으로 발전설비를 늘리다보니 이외의 비수기에는 많은 발전설비들이 사실상 유휴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전력수요의 최대치와 최저치간 차이가 날로 커지고 있어 노는 발전설비가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연중 전력수요의 최대치와 최저치의 차이는 2008년 26.1GW 수준이었지만 2018년 44.5GW까지 매년 증가세를 거듭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연중 최저 전력수요를 기록한 9월 24일에는 공급예비력이 40GW에 이르렀고, 이는 사실상 전체 발전설비의 절반이 넘는 66.1GW가 유휴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봄과 가을처럼 전력수요가 낮을 때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중 절반 이상이 유휴설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 이상 대형 발전설비를 통한 공급 위주의 전력수급 대책 보다는 효율적으로 전력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요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요 관리 필요성 대두…“DR시장 활성화, 전기요금 현실화해야”

당장 공급 확대보다 수요 관리로 시점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먼저 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수요자원거래(DR)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블랙아웃 우려 및 전기요금 인상 등 탈원전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수요관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 효율적인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2014년 11월 개설된 DR(수요자원거래) 시장은 비정상적인 운영 실태를 보이고 있다.

DR 시장은 공장, 빌딩 등 소비자가 전력수요가 높을 때에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제도다. 전력수요가 88.3GW을 넘어서고 예비력이 10GW 밑으로 떨어지면 DR 발동 요건이 충족된다. 총 3500여개 업체가 참여 중이며 감축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은 4.2GW다.

실상 지난해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최대전력 수요가 90GW를 돌파하는 등 총 7번의 수요감축(DR) 발동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DR이 발동되지 않았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DR시장이 개설된 이후 지난해 9월까지 DR 급전지시 실적은 사업자가 감축할 수 있는 최대용량인 ‘의무감축용량’의 14%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부가 지급한 정산금은 약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R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정부가 DR시장을 가동하지 않아도 급전지시에 대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본 정산금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DR 시장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도 전력예비율 약 4%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소 4조2000억원에 상당하는 발전소 건설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되레 정부는 발전설비을 더 지으려고만 한다”며 “이런 마당에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는 입밖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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