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다, 알았다, 말하지 않았다" 中 신문 마지막호 제목
인민일보 신년호부터 평일 24→20면 감면
독자감소·언론통제에 신문들 '정간 쓰나미'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대중지였던 ‘화상신보(華商晨報)’가 마지막 종이신문 1면에 실은 짤막한 12자 이별 기사 전문이다. 유명 소설가인 류칭(劉慶) 총편집인은 “모두 걷자. 등불을 꺼야 해 괴롭고 어둠이 두렵지만, 우리가 등을 끄는 것은 아니다”라며 SNS 플랫폼인 웨이신(微信·위챗)에 마지막 종이신문 제작 기록을 덤덤하게 실었다.
신문과 달리 방송은 보도 기능을 강화했다. 베이징위성방송은 새로운 뉴스 프로그램 ‘서우두완젠바오다오(首都晩間報道)’를 월~목 오후 10시 30분, 금~일 오후 11시 30분 방영을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뉴스를 전달하며 심층취재와 평론 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상하이의 둥방(東方)위성방송은 종합 시사프로 ‘진완류스펀(今晩60分)’을 평일 황금시간대인 오후 10시 30분에 편성하며 새로운 뉴스 포맷을 선보였다.
지난해 9월 홍콩의 인터넷 언론 이니티움미디어(端傳媒)가 ‘전면 검열시대’란 탐사보도로 중국의 검열 실태를 폭로했다. 18년 경력의 중국 시사지 편집자는 “현재 뉴스 종사자는 충분히 알고 무엇이 본질인지 알고 있어도 지면에 쓸 수 없다”며 “배후의 우두머리를 모르는 척하며 표면적인 현상만 보도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시사지 종사자는 “현재 가장 두려운 점은 기자들이 보도 마지노선을 모른다는 점”이라며 “뉴스를 다루는 SNS 매체를 (당국이) 체포해도 모두 합법”이라고 우려했다. 법 규정이 고무줄 같아 기자를 언제, 누구라도 합법적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초부터 설화(舌禍)도 퍼졌다. 지난 1일에는 “당국이 북경일보 신년 호를 회수 중”이라는 글이 SNS에 퍼졌다. 양청쉬(楊成緖) 전 오스트리아 대사가 “현재 유럽에서 집권 정당마다 정치적 주장은 다르지만, 각국의 대형 정당이 영향력을 잃고 있는 것은 논쟁의 여지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한 칼럼이 중국 공산당을 비유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14억 중국인의 뉴스 소비 형태가 디지털과 모바일로 급변하고 공산당의 통제와 탄압이 겹치면서 중국 미디어 업계가 혹독한 새해를 맞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울증 밝힌 임세원의 희생 "낙인 말라"는 유족의 품격
- "한·미, 조성길 잠적 직후 공조..북·미회담 악재 차단"
- 이어령 "암 통보받아.. 죽음 생각할때 삶 농밀해진다"
- 태안화력 사고후.."경제 최악, 질식될 지경" 주민 호소
- 징용 판결에.."日, 한국에 트럼프식 관세 보복 거론"
- 가이드 폭행, 女접대부 요구..예천군의회 국제 망신
- 전세금 반환사고 10배 급증..수도권 '깡통주택' 비상
- '비닐봉지out' 망원시장, 여전히 손마다 검정비닐 왜?
- 보일러로 물 안 데운다..펄펄 끓는 뜨거운 온천 어디
- 스마트폰 작년 첫 역주행..삼성·애플 빅2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