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세먼지 50~60%가 중국 영향".. 사실일까

손병관 2019. 1. 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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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서울시, 작년 11월 국내 비중 높아진 결과 발표.. 활발해진 '미세먼지 2차 생성'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 미세먼지 희미하게 보이는 남산타워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 수준인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남산타워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2018.3.27
ⓒ 유성호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미세먼지의 50~60% 이상이 중국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은 서울에서 나온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국내와 국외 요인이 혼재한 미세먼지 문제의 복잡한 성격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
 
사태의 발단은 중국 생태환경부 류여우빈 대변인의 지난달 28일 브리핑. 중국 정부의 대변인은 ▲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인 이산화질소(NO2)의 농도로 볼 때 2015~2017년 서울의 NO₂ 농도가 (동 기간) 중국 베이징, 산둥성 옌타이, 랴오닝성 다롄보다 높고 ▲ (2018년) 11월 6, 7일 서울에서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하기 전인 같은 달 초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고강도의 대기 이동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최근 수년간 중국의 공기 질은 대폭 개선되는 상황에서 한국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기본적으로 유지되면서 약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연구원이나 환경부 산하 여러 전문기관들이 50~60% 이상이 중국의 영향이라고 분석해서 이미 발표했다"며 "이걸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환경전문가나 보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분석을 해야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의 말이 진실에 가까울까?
 
중국 정부는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전문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최근 발표 사례로 따지면, 전국(강원권·영남권 일부 제외)에 초미세먼지(PM2.5)가 발생한 작년 11월 3~6일의 상황이 일단 떠오른다. 11월 6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측정 이래 최대치인 71㎍/㎥을 기록했고, 정부는 다음날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를 취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에서 개발한 대기질 모델 CMAQ(Comprehensive Air quality Model with eXtensions)와 CMAQ(Community Multi-scale Air Quality),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대기오염원의 국내와 국외(중국, 몽골, 북한 및 일본 등) 기여도를 각각 측정해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기법을 이용해서 11월초 4일간 초미세먼지의 국내외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 영향은 약 55~82%, 국외 영향은 18~45%로 나타났다. 두 가지 기법을 통틀어 봐도 국외 요인이 50%를 상회한 날은 없었다.
 
유럽환경위성(TROPOMI)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11월 3~6일 중국 북동부 및 우리나라에서 NO₂가 관측됐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서해를 통한 NO₂ 이동(유입)은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요인의 비중이 높은 질산염이 수도권과 호남권 측정소에서 각각 3, 3.4배 증가했지만 국외 유입 비중이 높은 황산염은 각 2.3, 1.3배 증가해 국내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기여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1월 7일 이런 근거들을 종합해 "비상저감조치 발령 등에 따른 국내 저감 효과가 필요한 사례"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시 산하기관도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를 그대로 수용했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11월 8일 시청 브리핑에서 "최근 (환경부에서 초미세먼지의) 국내 기여도를 55~82%로 발표했는데, 서울 지역도 그 범위 안에 있지 않은가 보고 있다. 북풍이 불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서울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은 서울에서 나온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논거를 제공해준 주체는 우리나라 환경부와 서울시인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8년 11월 7일 발표한 초미세먼지(PM2.5)의 국내외 기여도 산정 결과(11월 3~6일)
ⓒ 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다른 시기의 관측 결과를 봐도 '국내 요인'이 늘어나는 경향은 분명히 드러난다.
 
11월 6일을 제외하고 지난해 수도권에서는 총 5차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1월 15일, 1월 17일, 1월 18일, 3월 26일, 3월 27일).
 
국립환경과학원은 1월과 3월의 초미세먼지 사태에 대해서도 국외와 국내 원인을 측정 발표했다.
 
특히 1월 15~18일에 몰아친 초미세먼지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특단의 조치로 내걸었던 '미세먼지 극심할 경우 서울의 버스·지하철 무료 운행' 정책을 철회할 정도로 큰 파장을 낳았다.
 
서울 불광동에 위치한 수도권집중측정소 분석에 따르면, 이 시기 초미세먼지는 첫날에는 국외 요인이 높은 비중(1월 15일, 57%)을 차지하다가 이후 3일 동안은 국외 비율이 38%까지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국내 기여율은 15일 43%, 16~18일 약 55~62%로 뛰어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의 자동차·발전소 등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정체로 지면 부근에 축적되고, 질산염으로 전환되면서 미세먼지를 '2차 생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두 차례 발동된 3월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엿새 동안 초미세먼지의 국내 및 국외 영향 비율은 일평균 47.2%, 52.8%로 엇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3월 22일부터 24일까지는 국외 기여가 우세했으나, 25일은 국내외 기여도가 유사했고 26일은 국내가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처음 3일 동안은 국외 초미세먼지의 유입 효과가 컸지만, 4일째부터 국내 효과가 커지면서 '미세먼지 2차 생성'이 활발했다는 얘기다.
 
2017년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미세먼지의 '중국 책임론'이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었다. 그해 3월 17~21일 초미세먼지의 국외 기여도는 52~86%에 이르렀다.
 
그러나 비상저감조치가 발동된 지난해 1월과 3월에는 '초미세먼지의 국외 유입 → 대기 정체 → 국내 오염물질의 축적 → 초미세먼지 악화'의 패턴이 고착화됐음을 볼 수 있다.
 
미세먼지의 책임을 어느 일방에 돌린다고 해서 국내와 국외 요인이 중첩된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국립환경과학원 장임석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중국 정부에 반박할 부분도 있겠지만, 모든 걸 중국 탓 하는 태도 또한 사실과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평상시에는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이 더 높지만, 고농도 상황에서는 국외 요인이 더 크다. 전반적으로는 국내와 국외 요인이 5 대 5로 수렴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걸 갖고 왈가왈부 논쟁할 일이 아니라 양국의 여러 도시들이 서로 협력해서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최근의 미세먼지 책임 공방은 양국이 공통의 대안을 내놓는 데에도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올 9월에 미세먼지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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