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9% 올랐는데.. 최저임금 개편안, 깨진 독에 물붓기

오로라 기자 2019. 1. 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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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 초안을 발표하자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가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뒤늦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이미 2년간 29.1% 오른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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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구간설정委 신설해 결정체계만 손봐.. 정부 입김 그대로
소상공인 "어정쩡한 案으로 이제와 뭘 하겠나" 노동계도 "개악"

정부가 7일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 초안을 발표하자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가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 신년하례식에 몰린 정치권 -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소상공인 신년하례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소상공인들의 소망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홍일표 국회산업중기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윤영일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김성환 민주당 의원. /김지호 기자

정부가 뒤늦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이미 2년간 29.1% 오른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난 2년 내내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야 어정쩡한 개선안을 내놓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는 700만 소상공인"이라며 "최저임금 결정 체계 초안에는 여전히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은 작년 초에 나왔어야 했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해놓고 속도 조절을 해봤자 소상공인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올해 또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소상공인들이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이날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 위원에 노동계·재계·정부가 각각 3명 또는 5명을 추천하는 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최승재 회장은 "노동계와 재계가 대변하는 입장은 정해져 있으니 결국 정부가 추천한 인사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국회에서 전문가를 추천해야 정부와 의견이 다른 소상공인도 국회 추천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편하는 것보다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당장 지금도 주휴수당 지불 능력이 없어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주 80~90시간을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널렸다"고 말했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간담회에는 당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표도 참석하기로 했다가 전날 저녁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청와대는 소상공인과의 간담회를 별도로 잡겠다고 밝혔다. 최승재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반정부 단체가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단체"라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나쁘게 보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 소상공인도 "작년에도 문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만남을 가지겠다고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올해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소상공인 신년하례식에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015년 설립된 이후 신년하례식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초청했는데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응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 5당 대표들을 비롯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태호 대통령 비서실 일자리수석 등 20명에 이르는 정부·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상공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소상공인 기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소상공인 기본법은 자유한국당이 가장 먼저 발의한 것"이라며 "여당에서 도와준다니 여러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한 소상공인 지역 대표는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하는 것처럼 립 서비스를 했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나 주휴수당 문제 등 정작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현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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