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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석달새 반도체 영업익 5조 뚝..올 상반기는 더 암울

이상덕,전경운,박의명 입력 2019.01.08. 17:51 수정 2019.01.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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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반도체 충격적 역성장
메모리 주문 급격히 감소
가격 하락·재고 증가 이어져
中업체들 올 대대적 양산에
당분간 반등 돌파구도 없어
삼성 "연말께 수요 회복 기대
아직은 中과 기술격차도 여전"

◆ 삼성전자 4분기 어닝 쇼크 ◆

8일 오전 8시 31분 삼성전자가 '2018년 4분기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이라는 실적 잠정치를 공시하자 재계 곳곳에서는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하락은 예상했지만 17조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이 불과 한 분기 만에 10조원대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삼성전자 실적 하락은 삼성전자만의 문제를 넘어서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분기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주된 이유는 반도체 '초호황' 경기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부터 메모리 값이 하락 반전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날 작년 4분기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이라는 잠정치를 발표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DS),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를 뺀 순수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 13조6500억원에서 4분기에 7조~8조원대로 5조원 이상 급락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스마트폰·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공급 확대→공급과잉 진입→수요 둔화→가격 하락→출하 둔화로 이어졌는데, 하강 국면 진입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별도 설명 자료를 공시에 첨부했다. 당초 시장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13조3800억원을 과도하게 밑돌아 시장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 대해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재고를 조정했고 4분기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간 메모리 판매량이 2017년에 비해 10%대 중반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고객사의 주문이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공급 증가 속도가 빠르다 보니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D램 가격과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각각 10%와 18%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스마트폰과 가전에 비해 반도체 실적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경계론이 높았는데, 올해 반도체 위기론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며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전 분기보다 38.5%나 줄어든 10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어닝쇼크`에 빠졌다. 실적 발표가 나온 8일 삼성 직원이 서초사옥에서 갤럭시 노트9이 새겨진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경기가 '상반기 둔화·하반기 상승'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인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 산업의 자본집약도(capital intensity) 증가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재고 조정과 가격 인하로 연초에는 부진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스마트폰 신제품과 서버 관련 수요로 주문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반도체 공정 과정이 10㎚(1㎚는 10억분의 1m)대로 진입하면서 복잡해졌고 이 때문에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손쉽게 추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기술(IT) 경기가 되살아나면 삼성전자 실적도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산업은 6개월 후를 예상하는 것이 섣부를 만큼 변동폭이 큰 산업이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특히 올해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인 중국 반도체업체들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2세대 32단 3D 낸드플래시 제품, 중국 푸젠진화(JHICC)는 서버용 D램, 이노트론은 모바일용 D램을 각각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가 준비하고 있는 2세대 32단 3D 낸드플래시의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4세대 64~72단 3D 낸드와는 격차가 존재하지만, 업계에서는 설립 3년이 안 된 신생 업체가 3년 만에 3D 낸드를 양산하는 것은 64단 3D 낸드 생산도 머지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라는 기치 아래 15%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고 총 200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또 중국 반독점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반도체 3사에 대해 가격담합 조사를 하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난관을 뚫고자 단기적으로는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중장기적으로는 전장 사업·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고분은 D램 1.5개월(45일)·낸드 3개월(90일)치를 0.5개월(15일)분으로 각각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제품 등을 자연 감산하는 방식이다. 또 원가를 최대 30% 이상 줄여주는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 등을 적극 도입해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각오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및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시장이 한계에 부닥쳤으니 새로운 영역 개척을 통해 '반도체 1위 기업' 자리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이상덕 기자 / 전경운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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