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전쟁터' 강남 한복판서 경찰이"..경찰차 불법주차 논란
만성적 주차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강남 일대가 불법주차 문제로 시끄럽다. 도로를 점령한 건 다름 아닌 인근 지구대 및 파출소의 경찰 차량.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하며 항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들은 고질적인 주차공간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경찰 차량 불법 주차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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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vs. 주민 주차 갈등, 국민신문고까지
이날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지구대 앞에는 순찰차 2대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좁은 지구대 앞 도로를 지나는 일반 차량들은 불법 주차된 경찰차를 피해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고 조심히 순찰차 옆을 지나갔다. 지구대서 20m쯤 떨어진 삼거리는 교통조사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한 파출소 앞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순찰차 4대가 도로 양쪽을 차지하면서 파출소 앞 도로는 양쪽에 선 차량을 피해 속도를 줄이는 차량으로 혼잡을 빚고 있었다. 모두 경찰차의 불법 주차로 벌어진 상황이다.
일부 경찰들은 자신의 개인용 차량을 지구대 주차장에 주차하고, 정작 경찰차는 도로에 불법주차하기도 했다. 이날 한 지구대 앞 주차장에서는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이 일반 차량에 주차한 뒤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삼동 주민 이모씨도 “주차공간이 없다고 하지만 개인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경찰차는 골목에 두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찰차 주차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찰과 시민 사이의 갈등으로도 번져왔다. 지구대 주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문모(35)씨는 “가게 앞을 가리길래 경찰서에 찾아가 항의했고, 옆집 사장님은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넣었다”며 “그러면서 가게 앞에 주차한 손님 차량을 단속하려 하길래 대판 싸우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긴급자동차’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과태료 부과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시행령 2조1항은 긴급자동차를 ‘범죄수사, 교통단속, 그 밖의 긴급한 경찰업무 수행에 사용되는 자동차’로 한정한다. 일상적인 경찰서 주변 도로 주차는 명백한 불법 주차인 셈이다.
일선 경찰은 지구대와 파출소의 주차 공간 부족을 호소한다. 이날 둘러 본 파출소 가운데 주차공간이 순찰차 수보다 적은 곳도 있었다. 2003년 이후 지구대와 파출소가 통폐합되면서 근무 인원과 차량은 늘면서 벌어진 결과다.
서초구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은 “경찰차와 사람은 늘었는데 주차공간은 그대로인 게 문제”라며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별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차장을 늘리거나 민영 주차장을 임대해 쓰는 건 엄청난 예산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경찰관과 민원인에게 대중교통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외에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궁민·김다영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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