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가구 헬리오시티의 경제학..하남부터 일산까지 '태풍의 눈'(종합)

김유리 입력 2019. 1. 9. 14:50 수정 2019. 1. 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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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맞은 편에 웬 신도시가 하나 펼쳐진다. 단일 아파트 단지라곤 쉽게 생각지 못할 규모, '송파 헬리오시티'다. 헬리오시티의 대지 면적은 34만6570㎡. 축구장(상암월드컵경기장 7114.30㎡ 기준) 48.7개 규모다. 총 84개 동에 9510가구. 단일 단지 가구 수론 역대 최고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과천의 예상 공급 가구 수(7000가구)보다 많다. 단지 내 가락초, 해누리초ㆍ중이 개교할 예정이며 어린이집도 7곳 신설된다. 웬만한 신도시에 준하는 규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매머드급 단지의 입주 기간은 단 3개월. 이 기간 약 2만8530명이 이곳으로 모여들 전망이다. 2만8530명은 가구당 평균 구성원을 3명으로 가정한 결과다. 영향력은 전방위적이다. 직접적으로는 전셋값 등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송파구 내 인근 단지 뿐 아니라 하남 등 경기도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 부동산 가격까지 '헬리오 영향권'에 들었다. 반면 암울한 경기 전망에 어깨가 쳐졌던 주변 상권은 모처럼 만에 기대감에 찼다. 헬리오발 기대감은 서울 대각선 건너 경기 고양 가구단지에까지 미쳤다.

◆가구ㆍ가전ㆍ인테리어에 유선인터넷사업자까지 '헬리오 프로모션'…불황 속 기대감 싹튼다=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난 3일 찾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엔 기대감이 묻은 입주 환영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뒤이어 눈에 띄는 '파격특가', '사은품 증정', '지금 신청하세요!' 등의 문구들은 기대감의 실체를 가늠케 했다. 새 집에 새로 IPTVㆍ인터넷 등을 연결할 입주자를 기다리는 유선인터넷사업자들이었다. 이들은 헬리오시티 시공 컨소시엄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각각 마련한 지하 입주지원센터 주변에 아예 부스를 마련, 오가는 예비 입주민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며 할인과 사은품을 앞세워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직 평일엔 사다리차 10여대와 크고 작은 이삿짐 센터 차량이 움직이고 있을 뿐인 입주 초반이지만 워낙 '대형 고객'이라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이다. 기대에 차 있는 건 청소 대행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입주가 한창 진행될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본격적인 고객 유치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청소업체 나스업 관계자는 "이사가 본격화되면 많이들 신청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헬리오시티 입주민을 위한 박람회가 열렸다. 한 단지 대상으론 이례적인 규모였다. 헬리오시티 공식 입주협의회와 한샘이 2975㎡(900평) 규모 송파 농협하나로마트에서 3일간 연 이 행사엔 가전ㆍ가구, 이사, 입주 청소 관련 4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한샘은 행사에서 헬리오시티 동별, 층별, 타입별로 각 가구 특성에 맞는 인테리어를 제안하고 책장, 거실장 등 헬리오시티만을 대상으로 한 단독 상품도 출시했다. 반응 역시 뜨거웠다. 행사에 참여했던 입주 예정자 이모씨는 "할인 폭이 크고 필요한 것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며 "입주민들의 반응 역시 괜찮았다"고 전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ㆍLG전자 베스트샵 역시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 고객이면 최대 OO만원 상당 혜택 제공' 등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심지어 서울 서북권 너머에 위치한 경기 고양가구단지에서도 송파 헬리오시티 주민을 위한 입주 가구 최대 50%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헬리오시티 인근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는 입주 초반이라 들어와 있는 곳은 대부분 부동산이지만 상가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며 "메인상가만 323실에 달하지만 헬리오시티 배후 수요만 생각해도 기대감을 키울 만하다"고 말했다.

◆헬리오 효과, 부동산 시장선 태풍의 눈…동남권 전셋값 뒤흔든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그 중에서 전세 시장은 즉각적인 타격을 입었다. 헬리오시티엔 현재 4억원 후반대까지 가격을 내린 전세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송파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워낙 대단지라 단지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1억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전제하며 "전용면적 84㎡ 전세 급매는 4억원 후반대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9ㆍ13 대책 직후와 비교해 2억원 가까이 빠진 가격이다. 그는 "집주인들은 전반적으로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물 내놓으려고 하지만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며 "단지 규모가 워낙 커 문의는 많은 편이나 5억5000만원에서 6억원 사이 매물 가운데 선호도가 낮은 층수 물건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매매가 역시 부정적 외부요인과 맞물려 지난 가을 대비 2억원 가량 조정을 받은 14억원 초중반에서 15억원 수준이다.

타격은 송파구뿐만 아니라 강남구ㆍ강동구 등 인근 자치구와 위례신도시, 하남까지 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달 송파구 전세 가격은 0.27% 빠졌다. 주변 강동구와 서초구도 각각 0.45%, 0.67% 내렸다. '헬리오시티 갈아타기 수요' 등으로 하남시의 전셋값은 같은 기간 1% 이상 조정을 받았다. 2008년 송파구에선 5000가구 이상 초대형 단지인 리센츠(5563가구), 파크리오(6864가구), 엘스(5678가구)가 7, 8, 9월에 한달 간격으로 입주를 시작했을 때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총 1만8105가구의 집들이가 시작되자 새 아파트 전셋값은 주변 대비 1억원 가까이 빠졌고 집값도 일시적으로 조정 받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헬리오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9ㆍ13 대책 이후 부동산 대출 규제가 확대된 데다 공시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보유세 폭탄 우려 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규모 입주에 따른 전셋값 하락은 입주 후 2개월을 전후해 가장 많이 나타나므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 일대 부동산 임대료 등 시장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는 시작…서울 강남권 움직일 '대단지 물량 폭탄' 쏟아진다= 헬리오시티의 '매머드급 입주'를 시작으로 서울 강남권에 '대단지 폭탄'이 쏟아진다. 올해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서는 헬리오시티 이후에도 추가로 1만6000가구 이상이 집들이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큰 규모로 예정된 이들 입주 물량이 향후 이 일대 집값ㆍ전셋값 등을 결정짓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은 57개 단지 총 4만2978가구로 지난해와 비교해 20%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4구 입주 물량만 1만6044가구다. 올해 서울 전체 물량의 37.33%에 달한다. 지난해 12월31일 입주를 시작해 2018년 입주 물량으로 집계 됐으나 사실상 올해 1분기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헬리오시티까지 고려하면 올해 강남4구 입주 물량은 2만5000가구를 넘어선다.

이 중에서도 강동구 물량이 가장 눈에 띈다. 올해 강동구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만1001가구. 헬리오시티 가구 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 중심엔 올해 집계된 서울 입주 물량 가운데 단일 단지로는 가장 많은 가구 수를 품은 고덕 그라시움이 있다.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그라시움은 53개동 총 4932가구로 조성된다. 오는 9월 이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6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 명일역솔베뉴(1900가구), 12월 나란히 집들이를 계획 중인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강동구에 집중 포진해 있다.

강남구에서도 3277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대부분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 물량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많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가 다음 달 입주를 계획하고 있고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역시 8월 입주를 시작한다.

송파구는 올해 993가구 입주로 집계되나 오는 4월1일까지 집들이를 하는 헬리오시티 9510가구 영향이 올 1분기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서초구에선 올해 773가구가 입주를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물량이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급등세를 멈췄고 대기 수요 역시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어 대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다른 요인으로 인한 방어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인 1만2000가구 규모 강동구 둔촌주공 등 대기 물량까지 생각하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은 데다 지난해로 집계된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봤을 때 강동·송파 등 일부 지역은 입주 물량이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를 통한 임대료 조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남권에서 일부 이주 수요가 있다고 해도 가격 상승 압박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의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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