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족쇄 풀린 셀트리온..국내·외 특허 문제 해소

김태환 기자 2019. 1. 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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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068270)이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와의 특허 갈등을 국내·외에서 해소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와 ‘트룩시마’는 로슈가 개발한 ‘허셉틴’과 ‘리툭산’을 본따 만든 제품이다. 이에 셀트리온과 로슈는 특허권을 놓고 각자 무효와 침해 여부를 다퉈 왔다.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전경. /조선DB

셀트리온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국내에서 로슈의 허셉틴 특허침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미국에서는 로슈와 특허권을 빌미로 상호간 의약품 판매를 문제삼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트룩시마’ 2종의 미국 현지 출시 가능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허쥬마의 오리지널 의약품 허셉틴을 보유한 로슈를 상대로 한 특허권 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로슈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허셉틴의 냉동 건조분말 보존 기술이 기존 다른 회사들의 기술과 비교해 특허권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냉동 건조분말 보존 기술은 로슈가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개발하면서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다. 로슈는 2013년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셀트리온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2017년 11월 허셉틴의 국내 특허가 만료되자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번 특허권 무효소송에서 셀트리온이 이기면서 로슈의 특허권 침해 주장은 힘을 잃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은 지난 2014년 로슈의 해당 특허가 원천적으로 특허권을 인정받기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특허권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로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쥔 셈이다.

앞서 로슈가 2013년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아직까지 2심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에서 해당 기술의 특허 무효 취지의 판결이 나온만큼 로슈의 침해 사실 입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로슈가 가진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되면 셀트리온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 별도로 셀트리온과 로슈는 최근 미국에서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대해 상호간 불필요한 특허권 소송을 벌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도 했다. 허쥬마는 지난해 11월, 트룩시마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현재 셀트리온과 로슈가 맺은 바이오의약품 특허권에 대한 합의사항은 양사간 기밀 유지를 위해 공개되지 않았다. 단, 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보유한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판매 회사로부터 일정 판매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조건 하에 특허기간 내 판매를 용인하는 관례와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는 지난해 말 자체 보유한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늘어나자 특허권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각 바이오시밀러 제품들과 유럽 내 판매 합의를 맺었다.

합의 조건은 애브비가 유럽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산도스, 마일란, 화이자 등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 중인 회사가 허가 이후 제품을 출시하면 휴미라 특허권으로 소송을 진행해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셀트리온과 로슈도 이와 마찬가지의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은 로슈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로슈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특허 침해를 제기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같은 합의를 통해 로슈는 특허권 침해소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에 대한 권리를 바이오시밀러 회사로부터 일부 금전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다른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인 회사들보다 먼저 판매에 돌입해 판매망 구축 등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의 특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면서 "셀트리온이 올해 미국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우선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로슈와 합의했다면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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