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측 "현직 법관 진술 대부분 사용 동의..법정에 안부른다"

이혜리 기자 2019. 1. 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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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 측이 검찰 조사를 받은 현직 법관들을 일일히 법정에 불러 공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농단 사건에는 수십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연루돼있어 한때 선후배였던 이들이 법정에 나와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차장 측 황정근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로 낸) 대부분의 진술에 대해 동의할 생각”이라며 “특히 현직 법관의 진술은 상당히 객관성이 있고, 굳이 법정에서 신문하지 않더라도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증인신문보다는 서류증거 조사를 중요하게 해야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류증거의 대부분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건들이다.

이같은 입장은 검찰이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등 임 전 차장의 일부 혐의에 대한 증거를 재판부에 신청하자 임 전 차장 측이 의견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이 신청한 참고인 진술조서 등의 증거는 피고인이 동의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참고인 등이 검찰 조사에서 잘못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진술을 한 당사자를 법정에 불러 직접 신문해야 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임 전 차장 측의 진술 대거 동의 입장은 수사 절차와 법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현직 법관들이 검찰 조사에서 잘못 진술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진술을 반박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고위 법관 출신의 임 전 차장이 현직 법관을 대면하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데 대한 부담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1심 때 검찰 증거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법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피치 못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을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것은 혹여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뒤 최근 항소심 재판에 와서는 15명의 증인을 부르겠다고 한 상태다.

수차례 임 전 차장 지시를 받아 부적절한 재판 개입 등을 했던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임 전 차장 재판에 나오는 첫 증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변호사는 진술 대거 동의 입장과 별개로 이 전 상임위원과 문 전 판사의 진술은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증거 신청을 하면서 밝힌 이유도 눈에 띈다. 김세윤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내는 취지에 대해 검찰은 “2015년 9월 문 전 판사의 비위 첩보가 신빙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 노출을 우려해 조사하지 말라는 임 전 차장 지시를 받고 조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보 전 윤리감사관 진술조서에 대해서는 검찰은 “이듬해 9월 문 전 판사의 언론 노출을 피하려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 재판이 재개돼야 하므로 해당 재판의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의 전달 사항을 전달하는 방안을 보고서로 작성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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