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자청 '1인2역' 文, 비장과 여유 사이

김평화, 한지연 기자 2019. 1.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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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마에스트로 역할..대통령 신년기자회견 100여분 진두지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대형 옥외 광고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해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문일답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2019.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차에서 내린 문재인 대통령이 본관에 들어섰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 때와 다른 비장한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짙은 감색 양복을 입었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착용했던 양복과 같은 색이었다. 목에는 푸른 빛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른바 '이니블루'다. '이니블루'는 문대통령의 별명인 '이니'와 파란색의 '블루'를 합한 말이다. 양복 상의 왼쪽 옷깃에는 사회복지공동금회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았다. 머리는 뒤로 단정히 넘겨 올렸다. '초심'을 상징하는듯 했다.

문 대통령은 고개숙여 인사한 뒤 약 30분간 준비된 연설문을 낭독했다. 연설 내내 고개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정면 카메라만 주시했다. 연설문을 모두 외운 듯 자연스러웠다.

연설중 손을 적절히 활용했다. '소수의 상위 계층'을 말하면서는 위로 손을 찍어 강조했다. '가계소득은 계속 낮아졌다'고 할 땐 손을 아래로 낮췄다.

연설 내내 묵직하고 비장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환한 웃음으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자들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기자회견 1막, 연설문 발표의 키워드가 '비장'이었다면 2막, 질의응답 키워드는 '여유'인듯 했다.

기자회견 내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두루두루 눈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사회자 역할도 맡았다. 적절한 농담을 섞어가며 기자회견을 끌어갔다.

기자들은 손을 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목하고, 그 기자가 질문하면 문 대통령이 답하는 식이었다. 회견을 시작하기 전 문 대통령이 같은 방식을 직접 설명했다.

내신기자 4명의 질문에 대답한 후 문 대통령은 "외신 쪽의 질문을 받아볼까요?"라며 외신기자들을 지목했다. 외신기자들은 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이슈들을 영어로 질문했다. 통역에 앞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수첩에 질문을 메모했다. 답변을 생각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석 앞뒤를 둘러봤다. '휴대폰 들고 계신 분', '안경 쓰신 분' 등 표현으로 질문자를 지목했다.

'운영의 묘'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약 80분으로 예정됐다. 20분이 지나도록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평화는 이쯤하고 민생 분야로 전환해달라"며 질문 주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땐 특유의 '센스'를 보여줬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제재완화를 패키지딜로 해결해야 하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설득하고 중재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자가 다 말해줬다"며 "저도 그렇게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답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묵직한 주제의 질문을 받았을 땐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관한 질문에 답할 땐 '염려'와 '다행'이라는 단어를 썼다.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난처한 질문에는 단호하게 답했다. 한 지역방송사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가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가능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기자회견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이라고 답했다.

낮 12시쯤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기자회견장엔 그루배틱 크루의 평화랩 '괜찮아'가 울려퍼졌다. 대학생 래퍼들로 이뤄진 힙합그룹 '그루배틱'이 평화를 주제로 청와대와 함께 만든 노래다. 지난 1년간 '평화'라는 단어가 어떻게 각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노래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올해 우리 삶 속에 '평화'가 더 깊게 새겨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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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한지연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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