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집권 2기 시작, 군부 쿠데타 정말 일어날까?

이현우 2019. 1. 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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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민 42%, 군부 쿠데타 원해
2017년 이후 마두로 퇴진 시위에도 군부 침묵
마두로와 군부, 부정부패 파트너...쿠데타 쉽지 않아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질 않던 베네수엘라는 대내적 혼란 뿐만 아니라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치 않는 미국, 유럽연합(EU), 중남미 주변국들의 압박 속에 외교적 고립도 심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40% 이상이 군부 쿠데타를 바란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조국의 독립과 온전함을 지키고 번영을 위해 일하겠다"며 선서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68%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그의 두번째 임기는 6년으로, 2025년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비롯해 야당에서 그의 재선을 인정치 않고 있고, 미국과 EU, 중남미 14개국 공동체인 리마그룹에서조차 부정선거를 이유로 그의 집권 2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대내외적 고립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집권기간 동안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복지지출로 인해 재정난과 경제난은 극심해졌다. 국내총생산(GDP)이 불과 10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3분의 1로 떨어졌고,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7만%에 이르렀다. 정부부채도 GDP 대비 1.6배에 달하는 등 회복 불능 상태까지 빠졌다. 석유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의 96%를 석유 하나에 의존하다 석유가격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고, 과도한 복지지출로 재정난이 심화됐다. GDP 대비 정부 지출이 2000년 28%에서 지난해에는 41%까지 급증했으며 재정수지는 2007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GDP대비 정부지출(왼쪽)과 GDP 대비 재정수지(오른쪽)의 모습.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에 이어 마두로 정권까지 과도한 복지지출로 재정이 몹시 취약해졌다. GDP 대비 정부지출이 2000년 28%에서 2018년 41%까지 급증했고, 정부 적자폭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이러한 경제난을 피해 지난해까지 주변국으로 떠난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와 소요사태가 이어지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무정부상태가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에 의하면, 베네수엘라 국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2%가 그의 사퇴를 바라고 있다고 나왔고 42%는 군부쿠데타로 마두로가 축출되기 바란다고 답하면서 퇴임 압력도 심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 중 한 사람이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크리스티안 세르파 전 베네수엘라 대법관도 그의 재임을 인정치 않는다고 밝힐 정도로 측근들의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군부 쿠데타가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추정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베네수엘라 군부는 침묵 중이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는 미국정부가 베네수엘라 쿠데타 기도 세력과 수차례 접촉했던 정황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소규모 세력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지난 2017년 이후 과격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시위 진압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정부를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위대를 지지하지도 않고 있다.

2017년 이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의 폭력시위와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군부는 시위대 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위대를 지지하지도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사진=AP연합)

이는 베네수엘라 군부 내에 반 마두로 세력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지난 2002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기에 우파 정권과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이틀만에 실패로 돌아간 이후 그동안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마두로의 집권 이후에도 군부 내에서 일부 쿠데타 시도는 나왔지만 진압됐었고 군부에서 특별히 마두로 정권의 붕괴를 원치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 정권 때부터 군부의 주요 부정부패에 대해 눈감아준데다, 마두로 정권 시기에 와서는 아예 암시장에서 군부가 돈을 벌 수 있도록 권한까지 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패배한 마두로 대통령은 이듬해 5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부에 공공질서 유지 및 식량 판매 권한을 넘겼다. 군부는 암시장을 통해 식량을 비싼 값에 유통시켜 사익을 챙겼고,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통제불능 상태로 빠졌다. 여기에 군부와 정부가 끼어든 '외환통제위원회(Cadivi)'는 권한을 악용해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대금을 공식환율로 계산하고 암시장에 달러를 유통하는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이러한 불법 외환거래에 들어간 총액은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 정권과 부정부패로 얽혀있다보니 실제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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