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원 잘못 뽑아 죄송합니다" 예천군민들 108배

조정훈 입력 2019. 1. 11. 14:09 수정 2019. 1.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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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추태' 예천군의회 전원 사퇴 요구.. 거리행진엔 고령 노인도 참가

[오마이뉴스 글:조정훈, 편집:손지은]

 
 예천군민들이 11일 낮 예천군의회 앞에서 군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108배를 올리고 있는 모습.
ⓒ 조정훈
 
  
 해외연수 기간 중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주민들이 11일 오전 예천읍 천부동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습니다. 오늘 의원들 추태 보기 싫어 사퇴하라고 나왔으예. 이건 나라 망신이고 국민 챙피한 일이지예. 우리도 마음 추스르고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군의원 9명 전원 사퇴해야 됩니다."
 
외유성 해외연수에다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줄 것을 요구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예천군민 50여 명은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천보당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예천군의회까지 약 2.2km를 행진하며 군의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거리행진에는 젊은 청년부터 80세가 넘은 할머니까지 함께 했다.
 
오전 10시쯤 모여든 군민들은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해외여행경비 반납하라"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같은 내용의 손피켓까지 들었다. 피켓 내용 중에는 해당 지역 기자들의 '침묵'을 비판하는 문구도 있었다. 
지팡이 짚고 나온 할머니... "내 평생 저런 사람들 처음 본다"
 
 예천군민들이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천부동사거리에서 해외연수 도중 물의를 빚은 군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기 위해 모여 있다.
ⓒ 조정훈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에 뿔난 예천군민들이 11일 오전 예천읍 천보당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예천군의회까지 약 2.2km를 거리행진하고 있다.
ⓒ 조정훈
  
전병동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뽑아준 게 잘못이지만 뽑아준 군민들이 반대하면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며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잘못을 빌고 사퇴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추진위원회는 지금까지 군의원들이 군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해결되기를 지켜보았으나 아직까지 책임 있는 조치가 없어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예천군의회는 법적 절차를 밟아 박종철 의원을 제명하라", "이형식 의장을 40만 출향인과 군민의 이름으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 "예천군의회는 출향인과 예천군민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보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한열 전국농민회 예천군농민회장은 "우리가 뽑은 죄이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죄를 속죄하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가행진이 끝나면 108배를 하겠다"면서 "군의원들은 더 이상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고 전원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에 뿔난 예천군민들이 11일 오전 예천읍 천보당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예천군의회까지 약 2.2km를 거리행진하고 있다.
ⓒ 조정훈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에 뿔난 예천군민들이 11일 오전 예천읍 천보당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예천군의회까지 약 2.2km를 거리행진하고 있다.
ⓒ 조정훈
 
약 1시간 가량 집회를 마친 군민들은 트럭을 앞세워 예천군의회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지팡이를 짚고 나온 한 할머니는 "내가 평생 살면서 저런 후안무치한 의원들을 보지 못했다"며 "사퇴할 때까지 계속 요구하겠다"며 끝까지 거리행진에 참여했다.
 
김태화(63)씨는 "예천군의원들의 행태는 나라 망신이고 국민 망신"라며 "박종철 의원만 제명할 게 아니라 의원들 모두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군민들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말했다.
 
최호열(65)씨도 "의원들이 잘못했는데 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하나"라며 "군의원 전원이 사퇴할 때까지 군민들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면피 배출해 죄송" 대국민사과 현수막도
  
 해외연수 당시 가이드를 폭행하는 등 물의을 일으킨 예천군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사과하는 성명서를 담은 주민들의 대형 현수막이 예천군의회에 내걸려 있다.
ⓒ 조정훈
 
군민들은 예천군의회 현관 앞에 "철면피 예천군의회 의원들을 배출한 예천 군민으로서 몸둘 바 모르는 부끄러움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쇠약해가는 지역을 활성화하는 도심재생의 견학을 목적으로 미국, 캐나다 연수에서 벌인 추태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행위였다"며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며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의원들을 보면서 너무나 참담함을 느낀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해외연수 당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박종철 예천군의회 군의원실 앞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 조정훈
 
의장실을 비롯한 의원실 출입문에는 '의원 전원 사퇴'라고 쓴 요구서를 붙여놓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실 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이형식 의장을 제외한 의원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리행진을 마친 주민들은 이형식 의장에게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요구서'를 전달했다. 요구서를 전달받은 이 의장은 사퇴용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후 박종철 부의장 방을 통해 의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전병동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장 등이 이형식 의장에세 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촉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이 의장이 들어가자 사퇴요구서를 건넨 주민들은 "쥐구멍으로 도망치는 것 같다"면서 "우리들이 잘못 뽑아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108배를 드릴 것"이라며 의회 현관 앞마당에서 108배를 이어갔다.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박종철 의원은 이날 오후 예천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 오는 21일에는 예천군의회가 임시회를 열고 박 의원을 제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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