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때마다 초격차 본능 "中·日 압도하겠다"

이상덕 2019. 1.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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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中시안공장 연내 가동
불황에도 선제적 투자 포석
올 하반기 수요회복도 대비
日 도시바·美 WD 추격 거세
기술력 우위 확보하는 전략
1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중국 시안 반도체 2라인 일부를 연내 가동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발 주자들을 뿌리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자 올해 하반기 이후 살아날 수요 회복에 미리 대비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중국 시안에서 양산하는 낸드플래시는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화질 미디어의 발달과 초소형 기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면서 기억장치의 최소 단위인 셀(Cell)을 제한된 공간 내에 얇고 높게 쌓는 이른바 '적층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 선두지만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90단 이상의 256Gb 3D V낸드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밝혔는데, 열흘 뒤 업계 2·3위인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96단 3D 낸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96단 512Gb 4D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시장 점유율은 2018년 3분기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6%로 1위다. 이어 도시바 18.8%, 웨스턴디지털 14.9%, 마이크론 13.1%, SK하이닉스 10.8%, 인텔 6.4% 순이다.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도시바 간 격차가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과 협업 관계이므로 이 둘의 점유율을 합하면 33.7%로 상승한다. 삼성전자와 격차가 불과 2%포인트 미만인 셈이다.

더욱이 낸드는 상위권 경쟁뿐 아니라 신흥 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호시탐탐 장악을 노리는 시장이다. 중국 업체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격차를 곧 바로 줄이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소니가 1970~1990년대 브라운관 시장에서 1위로 질주하자 삼성이 LCD·PDP TV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TV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설립된 신생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2019년 32단 125Gb 3D V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는데, 그해 말 "2019년 64단을 양산하고 2020년에는 90단을 뛰어넘어 곧 바로 128단 양산에 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일부 제품을 판매해 이미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내에 128단 개발과 양산을 목표로 잡은 것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기술 격차가 크게 축소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업체이기 때문에 기술력을 검증하기는 이른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예고대로 중국 업체가 128단 낸드 개발에 성공하면 기술 격차는 기존 3~4년에서 1~2년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하위권 업체의 거센 도전에 양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고 질적으로 최첨단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안에 반도체 공장 2라인을 짓는 데는 올해 1~2분기에는 반도체 경기가 둔해지겠지만 3분기 이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8Gb MLC 고정거래가 기준 낸드 가격은 지난해 6월 5.6달러를 정점으로 7월 5.27달러, 10월 4.74달러, 12월 4.66달러로 하락세다. 고점 대비 16.7%나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업계 트렌드인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려면 수천만 건에 달하는 정보를 분석할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 안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메모리"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업황이 둔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선제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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