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떠날래?" 협박..두 번 우는 성폭력 피해자들

강재훈 입력 2019. 1. 11. 21:24 수정 2019. 1. 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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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조재범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스포츠계 성폭력 피해는 은폐되기 일쑤입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집단적인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계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런 피해자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몇 년 전 지방의 한 고등학교 여자 운동부에서 남자 코치가 학생들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진술에 나섰고, 결국 이 코치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항소심 선고 직전 피해자 두 명과 합의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선후배 등 주변인들의 집단적인 회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지역종목협회의 한 임원은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음성대역 : "내가 가해자의 친한 선배다, (가해자가) 구속돼서 반성도 하고 있는데 합의서 써 줘라. 그렇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혼자 살아 남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당시 변호인은 학연과 지연이 특히 강조되는 체육계의 문화 때문에 2차 피해를 막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정미라/변호사 : "일반 사건과는 달리 폐쇠적인 구조, 여기를 가도 누구 선배, 저기를 가면 누구 후배, 이렇게 (지도자들끼리) 연결돼 있어서 결국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운동선수의 꿈을 접고 스포츠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협박하는 스포츠계의 폐쇄적인 문화가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재훈입니다.

강재훈 기자 (b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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