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결산] 기술 굴기 기대이하..'중국세'가 꺾인다

김영민 2019. 1. 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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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아마존 둘 중에 고르자면 막상막하이긴 한데, 구글이 더 빼어났다. 애플과 삼성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 부스에선 그다지 신기할 게 없었다."

아마존은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별관에 부스를 차리고 알렉사의 위력을 과시했다. 김영민 기자
미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이 11일(현지시간) 폐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를 정리하며 밝힌 관전평이다.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열린 CES 2019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이 중국의 제조 파워를 압도했다. 최근 열린 IT 콘퍼런스 상당수를 장악했던 중국 업체 참가수(1251곳)가 전년 대비 22% 감소한 까닭이다.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화웨이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샤오미는 아예 불참했다. 한국 기업들은 틈새를 적절히 파고 들며 참가 업체 수가 지난해 217곳에서 올해 338곳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중국세 위축, 한국 업체들 '반사이익'
애플과 삼성은 CES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TV 분야 협업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올해 말부터 아이폰에 내려받은 각종 동영상 콘텐트를 별도 장치 없이도 삼성 TV에서 끊김없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은 LGㆍ소니ㆍ비지오 등 북미시장 점유율이 높은 3개 TV 업체도 협업 파트너로 삼았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TV 3ㆍ4위 업체인 중국의 TCLㆍ하이센스는 애플과의 협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유비테크 부스에 휴머노이드 로봇 알파 미니가 전시돼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CES 현장에서 만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애플마저 중국 기업을 배제한것은 적어도 미국 내에선 트럼프식 통상 정책이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미국이 특허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더 압박할텐데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7일 삼성전자가 CES 미디어 대상 사전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삼성봇 케어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영민 기자. [사진 삼성전자]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잇따라 로봇을 내놓으면서 쇼 기간 내내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 올레드 TV는 'CES 최고 TV(Best TV Product)'로 선정됐다.
네이버가 개발한 실내용 길찾기 로봇 '어라운드G'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부스에 설치된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로욜 폴더블폰, TCL TV 등 中 신제품 완성도 '기대 이하'
중국 ‘로욜’이 내놓은 폴더블 폰은 눈에 띄는 하드웨어였지만, 다소 투박했다. 화면이 펼쳐진 상태에선 다소 힘을 강하게 줘야 스마트폰을 구부릴 수 있었다. 접었을 때 화면이 바깥쪽(아웃폴딩)을 향해 2개가 되는 점도 불편했다.
로욜이 내놓은 플렉서블 폰 플렉스파이. 기대 대비 화면 두께가 다소 두껍고 조작하기가 어려웠다. 김영민 기자
TCL이 내놓은 ‘더 시네마 월’ 역시 삼성이 마이크로LED 기술을 도입한 벽걸이형 TV ‘더 월’ 대비 화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마이크로LED를 탑재한 TV '더 월'(왼쪽), 중국 TCL이 삼성과 유사한 기술로 내세운 더 시네마 월. 김영민 기자
한 한국 기업 임원은 “중국의 제조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따라왔지만,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더이상 예전같은 비약적 성장은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잡는 것과 앞서가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19' 개막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코와로봇 전시관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로버스피드(RoverSpeed)'가 관람객을 따라가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세가 다소 위축되는 가운데 아마존 알렉사 대 구글 어시스턴트 간 인공지능(AI) 솔루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번 CES를 참관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장에 와보니 클라우드ㆍAI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처음으로 별관(베네시안호텔)에 부스를 꾸려 알렉사로 각종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아우디·BMW 자동차와 LG 냉장고를 전시했다. 이외에도 소규모 부스를 곳곳에 세웠다. 구글은 지난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리더니 올해는 부스를 2층 규모(1400㎡)로 키우고 라스베이거스 시내 전광판을 '헤이 구글' 구호로 도배했다.


알렉사와 "헤이 구글", 라스베이거스 곳곳 장악
LG전자 관계자는 “AI 분야는 알렉사 대 구글 간 양대 진영이 갖춰져 있고, 여기 참여하는 것이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5GㆍAI 등 차세대 기술로 인해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결국 클라우드 서버에 대규모 투자를 거듭했던 MS,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미 IT 4대 기업(MAGA)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애저'를 갖추고 있는 MS는 이번 CES에서 그래픽 칩을 만드는 AMD, 가전을 만드는 LG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LG는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양대 AI 진영에 모두 합류하면서 사물과 사물 간 의사소통 분야에 주력하기로 했다. 사람과 가전 간 소통 대신 가전과 가전의 능동적 연결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다. 김영민 기자
CES 2019만 보면 중국의 급부상기는 지나갔다고 평가할 만 하다. MAGA로 통칭되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앞세운 미국이 어떻게 IT산업을 바꿔나갈 지 주목할 때다. MAGA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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