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도 부익부 빈익빈..하루에 32만원 버는 이 직업

서유진 2019. 1. 12. 1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말PICK]
지난 20년간 제조업ㆍ건설업 등의 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평균임금(노임단가)이 업무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블루칼라’ 직종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12일 대한건설협회ㆍ중소기업중앙회ㆍ한국물가정보 등이 1990년과 올해의 공사부문과 제조부문(각 15개)에서 30개 항목의 노임단가를 조사한 결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개 항목 중 가장 평균 노임이 가장 많은 직종은 특고압 케이블 작업공(32만3944원·일급)이다. 산술적으로는 한 달 20일 일하면 648만원을 버는 고연봉 직종이다. 이들은 전력 공급을 위한 특별 고압 케이블(7000V 초과)을 설치하거나 노후화되면 보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특고압의 경우 위험성이 높고 전문 기술·경험이 필요하다 보니 고령화가 심하고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전기공사협회가 해외 인력을 교육해 국내 취업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정도다.

이밖에 업무 위험성이 높고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비계공(높은 곳에서 일하도록 임시 가설물을 설치하는 노동자·22만4359원), 미장공(美裝工, 벽·천장 등에 시멘트 등을 바르는 사람·20만9611원) 등의 노임이 높았다.

노임단가란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공사ㆍ생산ㆍ제조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다. 건설공사 예정가격을 산정하거나 공공기관과 납품계약을 맺은 업체가 납품단가를 산정할 때 등 다방면에 적용된다. 평균 노임(일급)은 조사 대상 업체가 직종별 생산직 근로자에게 준 총지급액(기본급+통상적 수당)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해 1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 금액이다.

건물 외벽·선박 등에 페인트 등을 칠하거나 글씨를 쓰는 도장공(塗裝工·18만4508원) 역시 전문인력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경우 질식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에 수십 명에 불과한 아파트 도장공의 경우 20층 평균 높이인 60m에 매달려 작업하는 위험도 불사한다. 많이 버는 이 가운데서는 억대 연봉자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 일급이 17만6011원인 배관공의 경우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급여가 상당해 이민자들이 고려대상으로 꼽는 직업이기도 하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배관공의 평균 급여는 5만2590달러, 상위 10%는 9만1810달러(약 1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하버드 대학 진학보다 배관공이 되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마킹원(제품 치수 등 제품을 알려주는 각종 사항을 표시하는 사람·7만8763원)·세척원(7만4372원)·전자제품조립원(7만4250원)·식품제조원(7만2847원)·단순노무 종사원(7만2020원) 등은 노임이 낮았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8시간 기준으로 계산한 6만6800원과 비교해 차이가 약 1만원 정도였다. 업무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도 낮아 진입장벽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블루칼라 업종 내의 '빈익빈 부익부'가 굳어지면서 최저임금과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업종은 자연스레 취직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슷한 금액을 받을 바에야 궂은일로 분류되는 일부 제조업·생산직 등은 피하고, 상대적으로 편한 다른 직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부 제조업종의 노임단가와 최저임금 간의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노임 단가제가 애초에 도입된 취지는 해당 산업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임금의 ‘하한선’을 마련해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를 지급 가능한 ‘상한선’으로 인식해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시간당 5580원(2015년)에서 8350원(2019년)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도 영향을 줬다.

예컨대 1990년만 해도 최저임금 노동자는 단순노무 종사원이 받는 58%만큼을 받았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93%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노동자는 판금원(얇은 금속판을 가공해 자동차·선박·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각종 금속제품 제작)의 50%(1990년) 수준에서 올해 기준으론 77%까지 받게 된다.
권혁 교수는 "제조업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정부가 숙련 기술자로 가는 직업훈련 지원 등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원래 의도했던 소득주도 경제성장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