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케어 직원들 "무분별 안락사 몰랐지만.." 눈물의 사과

2019. 1. 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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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책임 없는 것 아냐"
박소연 대표 사퇴 요구하며 "동물들은 죄가 없다" 호소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저는 ‘무지’라는 가장 큰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케어’ 이성훈 활동가)

안락사 의혹이 제기된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그동안 무분별한 안락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에 대해 시민들과 후원자들에게 사과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침울한 표정으로 회견 자리에 나온 케어 활동가 15명은 박소연 대표 사퇴 촉구와 지속적인 동물 보호를 호소하기에 앞서 “가까운 곳에서 속고 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안락사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케어에서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는 ㄱ씨는 <한겨레>에 “박소연 케어 대표의 지시를 받은 간부들을 통해 안락사가 은밀하게 이뤄졌다. 안락사의 기준은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한겨레> 1월12일치 11면). 2015~18년 박소연 대표의 지시에 따라 안락사시킨 개체는 최소 230마리 이상이며 이 가운데 질병으로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는 개체는 10%에 불과하다는 게 ㄱ씨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단독] 동물보호단체 ‘케어’, 구조한 개·고양이 수백마리 안락사시켰다)

활동가들은 박 대표와 일부 간부들이 해 온 안락사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성명서에서 “안락사에 대한 의사 결정은 박소연 대표, 동물관리국 일부 관리자 사이에서만 이뤄졌다”며 “연이은 무리한 구조, 업무 분화로 케어 직원들은 안락사에 대한 정보로부터 차단되었다. 동물구조뿐 아니라 정책, 홍보, 모금, 디자인, 회원운영, 회계 등으로 다각화돼있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듣지 못한 채 근무해왔다”고 했다.

동물구조팀에서 2년6개월 동안 일했다는 이미희 활동가는 가장 많은 개가 안락사당한 남양주 개농장 구조활동에 박소연 대표와 함께 직접 참여한 바 있다. 이씨는 “그 더럽고 위험한 곳에서 활동가들이 다쳐가면서 구조했던 개들이 한두 달도 안돼서 많은 수가 죽었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박 대표에 대한 원망을 넘어서 너무 부끄럽고 아무 죄없이 죽어간 동물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교육팀 이성훈 활동가는 남양주 구조활동에 대해 “당시 박 대표의 지시에 모두가 놀라고 반발했다. 케어의 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용시설도 넉넉하지 않다고 했지만 박 대표가 ‘그건 대표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강행했다”고 털어놨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동물권 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활동가 가운데는 고등학생 1학년 때 봉사자로 인연을 맺고 박 대표와 8년간 함께 일한 이도 있었다. 케어에서 영상 제작을 맡은 이권우 활동가는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대표와 알고 지냈다. 그런 나에게도 안락사 사실을 숨기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 동물을 위해 모금한다’는 말을 하게 시킨 박 대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죄 없이 (죽어간) 동물들에게 미안하다. 이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일한 것도 미안하다”며 발언을 끝내고서도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정책팀 조경주 활동가는 “나 역시 봉사자로 시작해 안락사 없이 구조된 아이들을 평생을 책임지는 단체라는 신뢰로 입사까지 하게 됐다”며 박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최소한 구조한 동물이 입양을 못 가고 있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4일 <한겨레>와 만난 박 대표는 ㄱ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심하게 아픈 개를 제외하고는 2011년 이후 안락사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후 “취재가 들어왔으니 보호소에 있는 개들의 개체 수를 맞춰야 한다” 등 안락사 은폐 지시를 추가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활동가들은 “동물들은 죄가 없다”며 “아직 보호소에 있는 600마리의 동물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를 사퇴시키고 케어를 정상화해 죄 없는 동물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도 “케어는 박 대표의 사조직이 아니다. 케어는 전액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며 대한민국 동물권 운동의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하며 “추워지는 날씨 속에 동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와 먹고 마실 것이 필요하다. 위기의 동물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던 시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지만 이 동물들을 잊지 않고 함께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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