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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소비·연애 담쌓고 미래 걱정하는 일본 청년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입력 2019.01.13. 13:02 수정 2019.01.13. 13:21

1989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청년층의 소비 행동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소유·무소비’가 꼽힌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돈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금은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변화와 소비 대상이 달라지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블로그 캡처
◆청년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1…“미취업”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한 닛세이 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가장 먼저 버블경제 붕괴를 이유로 꼽았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버블 절정기를 산 일본인들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빗대 “일본의 자산 가치는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뉴턴은 일본에 오지 않는다”고 자만에 빠졌다.

그러나 경제에 낀 거품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대량실직과 무려 20년간 이어진 경제 침체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파견직이 속출하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실업자가 된 이들과 여기서 큰 상실감을 느낀 일부는 방안에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가 됐다.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층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이 되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 이들이 “돈 쓸 수 없다”며 지갑을 닫는 건 당연했다.

버블 절정기 나이트클럽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일본 젊은층 모습.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부채춤'이 크게 유행했다. 사진=마이니치신문 <활활 타오르는 버블 시대>
◆청년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2…“어두운 미래”

그 후 잃어버린 20년을 지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살게 된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연금 등)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지 지갑에 돈이 없어서는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알뜰히 생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단신 근로자 가구를 놓고 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버블시대를 산 노년층보다 가처분 소득과 저축이 많고 생활만족도도 높다.

닛케이 연구원은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얼어붙은 소비 행동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어나는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지금, 연금 부족 등의 우려가 이들이 지갑을 움켜쥐게 만든다는 말이다.

경기호황 당시 자만에 빠져 클럽에서 돈 부채 들고 춤추던 이들이 노인이 됐고, 이들을 떠받쳐야 하는 젊은층은 줄면서 사회복지제도(연금)에 대한 불안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젊은 층의 연애 이탈은 소셜 미디어(SNS), 온라인 메신저 확산으로 이성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친구 소비’는 늘어난 반면 ‘연인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청년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3…디플레이션과 유통 환경 진화

디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축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과 유통 환경의 변화는 과거 소비와 소유를 중시하던 분위기에서 건전한 소비생활을 정착하는 데 한몫했다.

과거 물건의 소유가치를 중시했던 생각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며 느끼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고토소비(コト消費)’의 등장, 그리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청년들의 소비를 줄였다고 연구소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는 ‘SPA브랜드(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상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를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유니클로 등 패스트 패션처럼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고, 선호하는 경향이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확산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좋은 상품(명품)=가격이 비싼 상품’이란 오래된 가치관은 줄고, 명품에 관한 동경이 희미해지는 등 환경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쉐어하우스 모습. 일본 쉐어 문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나타난다. 사진=마이니치신문
◆청년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4…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쉐어(공유) 문화’ 확산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을 기점해 나타난다.

신문에 따르면 1990년대 기준 일본은 3인 가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청소년인 지금 청년세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가족’을 선택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했고, 수천명이 하루아침에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은 대지진 발생 후 가족·연인 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이에 개인 중심의 소비가 현재나 미래 가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쉐어하우스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문화가 일본 사회에 나타난다. 또 음주나 쇼핑 대신 저축이나 재테크 증가로 이어졌다. 앞서 버블세대 청년들(현재 노년층)보다 지금 청년층의 자산이 증가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반면 젊은층의 연애 이탈은 앞선 관계를 중시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교제 상대가 없는 비율은 1987년 남성 48.6%, 여성 39.5%에서 2015년 69.8%, 59.1%로 남녀 모두 상승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 연구소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SNS), 온라인 메신저 확산으로 이성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친구 소비’는 늘어난 반면 ‘연인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젊은층의 미혼화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대부분 ‘결혼을 희망한다’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조사한 '출생 동향 기본조사'를 보면 결혼 적령기인 18~35세의 여성 89%, 남성 88%가 “결혼하겠다”고 각각 응답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게 나타나 남성의 경우 연수입과 결혼한 비율이 비례를 나타냈다. 결혼에 필요한 마지노선인 연소득 300만엔(약 3000만원)의 벽을 넘지 못한 고용악화·불안이 ‘연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 청년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이유5…쇼핑 장소의 변화

한편 청년들이 ‘지갑을 닫았다’기 보다 ‘소비가 과거보다 줄어든 이유’로 돈을 사용하는 대상과 쇼핑 장소의 변화가 지목됐다.

일본 정부 통계를 보면 2인 이상 가구의 구매지수를 100으로 놓고 보면, 2017년 기준 주거비 등을 제외한 구매지수는 91.9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의류·신발류가 49.5로 감소했고, 교통·통신은 161.9로 크게 늘었다.

업태별 매출은 백화점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2000년대부터 편의점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 이용이 증가해 쇼핑몰 매출은 2010년 약 7.8조엔에서 2017년에는 약 16조엔으로 증가를 나타냈다.

과거 백화점 쇼핑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 쇼핑으로 자리를 옮기고, 생활에 밀접한 편의점 사용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편의점 매출은 도시락, 음·식료품, 주류가 이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이러한 현상을 만든 거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 경제 불황을 겪은 후 청년실업 문제를 뒤늦게 인식해 대책 마련이 늦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 파견직 등의 임시직과 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나타났고, 이를 해소하지 못한 점이 취업 빙하기 세대를 만든 요인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지금도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은 과거 고용불안이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지만 불안한 복지제도와 과거 겪은 경기침체 당시 어려웠던 기억에 기인해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쌓아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비정규직 문제가 발목을 잡아 결혼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나타난 한편, 과열 경쟁에 지친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프리타(알바족)’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전문가들은 “일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기는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일손 부족이 심해졌다”고 우려를 쏟아냈고, 결국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일본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특히 청년 취업난은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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