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양파값에, 빵값에.. 배곯는 국민-흔들리는 권력자들

김준석 인턴기자 입력 2019.01.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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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값 폭락에 농민들 분노, 印모디 재선 '빨간불'.. 수단 대통령, 빵값 3배 인상시켜 30년 권좌 '흔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는 100만%가 넘는 물가상승률로 생활고에 시달린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상에서 촉발된 대규모 노란조끼 시위가 펼쳐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나서기도 했다. 실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들이다.

최근 인도와 수단에서는 이 같은 문제로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제 10회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습/AFPBBNews=뉴스1

◆ 양파에 눈물 흘린 印 모디, 재선 '빨간불'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제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한 경제정책 '모디노믹스'를 내걸었다. 인도 경제는 이후 연 평균 7%대의 고성장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오는 4월~5월 열리는 총선에서 모디 총리와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의 승리도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최근 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 BJP는 참패하고 말았다. BJP는 지난달 11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5개 주(州)의회 선거 결과 텃밭 지역인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에서 모두 야당 인도국민회의(INC)에게 패했다.

로이터통신은 양파값 폭락으로 터진 농민들의 분노를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2004~2014년 10년간 전임 INC 정권에서 매년 3.6%에 달했던 농업부문의 성장률이 모디 총리 집권 이후에는 5년간 평균 2.5%로 하락하면서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악화됐다. 통계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70%는 직·간접적으로 농업 산업과 연계돼 있다.

지난해 양파 가격 폭락은 인도 사회 전체를 흔들었다. 풍년으로 최대 양파 도매처인 라살가온 시장의 양파 시세는 지난달 ㎏당 1루피(16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두 달 전 가격의 20분의 1이다. 한 농부는 "양파 750㎏을 수확해 1064루피(약 1만7100원)을 손에 쥐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급기야 수십만 명의 농민들은 뭄바이, 뉴델리 등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에서 양파는 비리아니(볶음밥의 일종), 바지(야채 볶음) 등 많은 음식에 들어가는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로 체감 경기 지표로 사용될 정도이다. 1980년 총선과 1998년 델리 주의회 선거 때 당시 집권당 BJP가 패배한 것도 폭등하는 양파값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임에 경고등이 켜진 모디 정부는 각종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영세 농가에 1조2500억 루피(약 20조원) 규모의 파종·비료·농약 비용 지원과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 보전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 모임에서 연설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 '아랍의 봄'도 비껴간 수단…빵값 폭등에 30년 권좌 '흔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에도 끄떡없던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정권은 최근 빵값 폭등에 휘청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자 9일 알 바시르 대통령이 입을 열었지만, "선거를 통해서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하면서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의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들의 시위는 빵값 때문에 시작됐다.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수단은 지난해 말밀, 연료 등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 때문에 빵 가격이 1수단파운드(약 20원)에서 3수단파운드(약 66원)로 폭등했다. 빵값으로 시작된 시위는 30년간 통치 중인 알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수단 경제는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었고 빵값 폭등이 기폭제가 됐다고 해석했다. 수단은 원래 석유 60억 배럴이 묻혀 있는 산유국이었지만, 2011년 유전지대 대부분을 보유한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국고의 75%가 감소했다. 바시르 정권은 국방비에 예산을 집중하고 경제를 등한시하면서 서민 경제는 악화됐다. 수단의 지난해 인플레이션율은 70%로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번째다.

실탄까지 사용하는 강경 진압에도 시위대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수단 정부는 유화책도 꺼냈다, 지난 3일 정부는 기초식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공무원 임금 인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시위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시위대는 여전히 30년 독재 알 바시르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반 정부 시위에 맞선 친 정부 시위대도 등장하면서 수단 사회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10일 수단 정부는 지난달 19일 첫 시위 이후 지금까지 최소 2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가 4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는 시위대의 모습/AFPBBNews=뉴스1

김준석 인턴기자 rejune1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