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교육 풍자 드라마에 오히려 물만난 학원가

이진한 입력 2019.01.13. 17:48 수정 2019.01.1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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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코디비법 알려준다"
드라마 인기 편승해 홍보
선착순 그룹과외 내걸고
학종 포트폴리오 구성 유혹
학부모 "혹하는 마음 든다"
일부선 지나친 상술 거부감
"드라마 보셔서 아시겠지만 요즘 수시로 대학 가기 참 복잡해요. 교과는 공부만 충실하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는데 비교과는 대학마다 요구하는 게 다르거든요. 고3 돼서 준비하면 이미 늦어요. 학생도 아슬아슬한데, 일단 원하는 대학 뽑고 미팅 일정을 잡죠."('멘토 과외' 강사 A씨)

과도한 입시 열풍을 풍자한 드라마(SKY캐슬)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사설학원들이 이를 이용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과도한 영업 활동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드라마 속 입시 전략대로 팀을 짜 수시 전략을 세워준다거나 드라마에 나온 학습 기법대로 강의한다는 식의 상술이 그 예다. 특히 경력이 일천한 강사들까지 나서 입시 컨설팅을 해준다며 미끼를 던지는 사례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3대1 그룹 과외와 학생부종합전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겠다는 '스카이캐슬반'을 선착순 20명 마감한다는 광고 전단지가 붙었다. 이 학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 강의와 고등학생·재수생에 대한 해외 유학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화로 한국 대학 수시전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지 묻자 "핵심은 같다"며 "지망 대학 리스트를 정해 미팅 일정을 잡자"고 답했다. 비용은 16시간에 150만원으로 세 명이 기본 단위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마에 나온 학습법이 자기들 학원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 종암동 소재 한 수학학원에서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보여준 공부 방법이 이 학원에서 사용하는 '플립러닝' 기법과 똑같다며 효과를 강조했다. 이런 식의 광고는 서울 강남 대치동은 물론 경기도 동탄·안산, 인천 남동구, 대구 달성군 등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광고 전면에 'SKY캐슬'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 드라마를 언급하는 강사도 수두룩했다.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멘토 과외' 전단지를 붙여 수강생을 모집하는 이들은 전화 통화에서 "쉽게 말하자면 드라마 속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하나의 전단지에 수학·과학·영어 등 여러 과목 강사 전화번호를 붙여 팀 단위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홍보 전략에 대한 학부모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48)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보면 상술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자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이런 마케팅이 나오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더 장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대치동 학원가 등 '사교육 1번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혹하는 마음이 든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C씨(47)는 "분당선이 있어 대치동까지 40분 정도 걸린다"며 "집 근처에 이런 학원이 있다면 한번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D씨(50)는 "솔직히 한 달에 몇백만 원씩 들여 대입을 준비하는 애들과 그러지 않는 애들 사이에 격차가 있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방학 때만이라도 '서울 유학'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로 부각된 '입시코디' 전문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대치동 일대 입시컨설팅 학원을 검색하면 70개가 넘는 곳이 올라온다. 이들 학원 중 어디가 가장 효과가 좋은지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학부모 B씨는 "대치동 일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컨설팅 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1시간에 30만원을 청구했다"며 "대학 합격만 보장된다면 300만원이라도 좋으니 한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인으로 운영되는 학원은 관련 법에 따라 금액과 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1시간에 30만원씩 1년에 4회 정도다. 그러나 고액 컨설팅은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보통 엄마들 사이의 친분으로 이뤄지는 까닭이다.

사교육 관계자들은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학원 강사들도 과도한 경쟁에 휩싸여 이러한 현상이 증폭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치동 소재 한 학원 관계자는 "의학전문대학원 폐지가 가속화하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수업을 하던 강사들도 대입 사교육 시장으로 내려와 최근 몇 년간 업계 상황이 더 양극화됐다"며 "경쟁에 치여 밖으로 밀리기 직전인 강사일수록 자극적인 광고를 시도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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