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때 中지지 1.1%뿐"..중국도 놀랐다, 한국의 혐중

신경진 2019. 1.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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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관 산하 저널에 전문가 기고
"미·중 군사충돌 때 중국 지지 1%"
사드 특집호 때와 논조 180도 달라
한한령 해제 등 교류 요구도 나와

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지난 2017년 8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내 배치가 주된 원인으로 얼어붙은 양국관계는 5년전인 한중 수교 20주년에 비해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중앙포토]
“한국 국민의 중국 호감도는 2009년 51점에서 2017년 42점으로 급감했다. 미국 호감도는 같은 기간 65.1점에서 66.5점으로 높아졌다. 심리적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한국 국민감정이 미국으로 기울면서 중국과 멀어지는 친미소중(親美疏中) 현상을 파헤친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의 왕샤오링(王曉玲·42·사진) 부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절정이던 2017년 10월 한국을 찾았다. 사회학자인 왕 연구원은 한국 성인 1047명을 대상으로 한·중 관계를 조사했다.

2009년에 이은 두 번째다. 결과는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간행하는 『현대국제관계』 2018년 10호에
「한국 민중의 ‘친미소중’ 현상, 원인과 대책」

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1년 전 사드 특집호를 펴내 한국을 비판했던 것과 180도 달라졌다. 천샹양(陳向陽)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주임은 2017년 『현대국제관계』에서 “중·러의 보복으로 한국은 장차 국가이익에 거대한 손해를 받아 (미국 선택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연구원은 전략·신뢰·경제·감정 네 측면으로 악화일로인 한국인의 반중 감정을 조사했다. 우선 국가 안보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했을 때 중국을 지지하는 한국인은 1.1%에 불과했다. 미국 39.2%, 중립 52.7%와 절대적 차이다. 한국인 30~40%가 한미동맹에 충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안보상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은 버리는 ‘연미기중(聯美棄中)’ 기조가 확고하다.

신뢰감도 바닥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나라로 미국이 41.2%인 데 반해 중국은 11.3%에 불과했다. 4분의 1 수준이다.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나라로 미국 27.1%에 비해 중국은 7.1%에 불과했다. 중국을 미국보다 더한 분단 고착 세력으로 보는 셈이다. 중국의 군사력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한국인도 80.5%에 달했다. 논문은 “국가 신뢰도에서 한국인은 미국을 신뢰하고 중국을 의심하는 신미의중(信美疑中)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풀이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치적으로 냉랭해도 경제 교류는 뜨거운 ‘정냉경열(政冷經熱)’ 현상도 겉모습 뿐이다. 경제 협력의 중요도를 100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한·중 경협은 62.5점으로 일본 50점보다 높지만 67.9점인 미국보다 낮았다. 50점 이상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은 미국 76.1%, 중국 67.7%로 “미국은 중시하고 중국은 경시하는 중미경중(重美輕中)”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민감정은 미국을 사랑하고 중국은 혐오하는 애미혐중(愛美嫌中) 경향을 보였다. 자유롭고 개방된 나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미국 64.3%, 중국 5.1%로 답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 역시 중국은 4.9%로, 미국 25.7%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언어 보급률도 영어 92.7%로 중국어 56.9%를 압도했다.

친미반중 현상의 장기화 추세도 심각하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 왕 연구원은 서울대 통일연구소의 연례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해 2013년부터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여기는 29세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의 60대 이상 노년층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젊은 진보, 늙은 보수”라는 통념이 깨지면서 혐중 감정은 세대교체에도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에는 냉전 이데올로기, 민족주의, 중국위협론 세 요인이 섞여 있다. 2004년 동북공정과 2005년 북한 김정일의 핵 보유 선언을 거치며 중국을 보는 국민감정이 처음으로 나빠졌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를 거치며 중국이 북한을 보호한다는 인식이 각인됐다. 2017년 사드 갈등은 결정타가 됐다.

논문은 한·중 관계의 사회적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 연구원은 “이익으로 사귀면 이로움이 다하면 헤어지지만, 마음으로 사귀어야 오래 멀리 간다(以心相交 成其久遠)”며 “사드 갈등을 교훈 삼아 정치·경제 영역에서 고위급 교류 플랫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과거 대기업 위주였던 한·중 협력을 실업으로 고통받는 한국 젊은 층과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 청년층의 친미보수화 경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 산업의 융합이 양국 사이의 동화를 촉진하는 데 유리하다”며 막혀있는 중국 자본의 한국 문화산업 투자 허용을 건의했다.
노영민 전 주중대사(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8월 18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방문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로 공사가 중지된 ‘선양 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주한 중국 대사관이 한국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에 실패한 결과”라며 “중국 당국은 사드로 상처받은 한국 국민감정을 직시하고 매력 외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화 교류를 막는 한한령 해제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주재우(중국어 학과) 교수는 “중국 관방 연구기관의 한국 현지 연구가 잦아지는 추세”라며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왕샤오링 연구원 “중국에 한·중 관계는 주변국 외교의 일부”
왕샤오링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부연구원
왕샤오링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소장파 한국 전문가다. 경희대에서 한국의 ‘연줄’과 중국의 ‘관시(關係·중국 사회 특유의 인맥을 가리키는 말)’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이던 2002년 한글로 『한국리포트』라는 문화비교서를 펴냈다. 지난 7일 만나 연구 소회를 물었다.

-사드를 과거 갈등과 비교 분석했다.
“사드 이전에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던가 살펴야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포스트 사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서다. 동북공정, 천안함·연평도 등 과거 한·중 정부는 갈등 속에서도 슬기롭게 여론을 ‘관리’했다. 여론 악화를 방치한 사드 때와 달랐다.”

-냉전 이데올로기·민족주의·중국위협론 중 한국 내 혐중 현상의 최대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중은 다른 이데올로기 배경을 갖고 있다. 한국은 사회주의에 도덕적 우월성과 편견이 강하고, 중국을 보는 불신감이 크다. 중국위협론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민족주의 충돌이 가장 경계할 문제다.”

-사드 충돌이 격화됐던 이유는.
“중국은 한·중 관계를 주변국 외교의 일부로 관리한다. 사드에 강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국가 전략과 충돌하면 한국 예외론이 통할 공간이 없다.”

-한국과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국민감정은?
“일반 중국인은 북한을 한국보다 잘 모른다. 한국산 상품, 드라마, 여행 등으로 인지도는 한국이 북한보다 높다. 대신 정부는 한국과 북한을 균형적으로 본다.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 정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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