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함께 지켜주세요" 유기견·유기묘 사랑으로 품은 배우 이용녀 씨
강민혜 2019. 1. 14. 05:00
소중 학생기자단, 배우 이용녀 씨·동물들의 보금자리 찾아
"여기 있는 애들이요? 다 자기 처지를 알아요. 귀가 축 늘어져서는…."
배우 이용녀씨의 말이에요. 그는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최소 70마리~최대 100마리 유기견·유기묘와 함께 살며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돌봤죠.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 동물들을 위한 집을 구해 개 70마리, 고양이 5마리와 살고 있는 그를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났어요. 소년중앙은 물티슈·간식·사료·신문지·강아지옷·모자 등을 준비했고요. 여덟 살 포메라니안 뽕야를 반려견으로 둔 차연재 학생모델과 차연수 7기 학생기자를 비롯, 과거 두 마리 개와 산 경험이 있는 최치원 학생기자와 동생 최준원 학생,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이현진 학생모델이 동행했습니다. 취재와 더불어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반나절이나마 돕기로 했거든요.
이씨의 집은 넓은 마당과 본채로 구성돼 넓은 마당에는 대형견이, 건물 옆 울타리 안에는 중형견들이 뛰놀고 밥도 먹고 개집에도 들어가요. 이씨에 따르면, 동물들은 특히 자갈밭으로 된 부분에서 뛰어 노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자. 그럼 소중 학생기자단의 첫 과제는 무엇일까요. 울타리 내부 자갈 사이에 낀 낙엽들을 쓸어 모아 버리는 일이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깊었는데도 미처 빼내지 못한 낙엽들이 곳곳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생기자단은 씩씩하게 목장갑을 끼고 빗자루·쓰레받기를 한 쌍씩 들었죠. 이현진 학생모델이 앞장섰습니다. "여기 낙엽이 너무 많이 숨어 있어요." 최치원 학생기자, 최준원 학생이 얼른 그 뒤를 따랐죠. 차연수 학생기자는 울타리 안에 소외된 진돗개를 열심히 돌봤습니다. "이 아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네요." 흰 진돗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차 학생기자의 몸에 앞발을 댔어요.
"낙엽이 돌에 잔뜩 깔려서 잘 안 빠져요." 최준원 학생이 용을 쓰자 형인 최치원 학생기자가 도와 낙엽을 빼냈죠. 이날 학생기자단에 앞서 한 직장인 봉사단체가 먼저 집에 비닐을 덧씌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했습니다. "와주는 이들이 있어 고맙지만 대부분 저 혼자 돌봅니다. 하루 종일 아이들 뒤만 따라다녀도 시간이 부족하죠. 이뿐만 아니에요. 봉사자들이 오는 오늘 같은 날은 그나마 낫지만 일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 일쑤죠." 이씨가 개들을 품에 잔뜩 안고 말했죠. "입질이 심한 아이도 있으니 꼭 조심하세요." 봉사단원들은 학생기자단에게 당부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빈자리는 학생기자단이 든든히 메웠죠. 울타리 안 낙엽 청소를 끝낸 후 본채로 들어가니 큰 방과 작은 방 두 개, 빨래방으로도 쓰는 화장실 한 개 등이 있었죠. 빨래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는 유기견에서 이젠 이용녀씨의 반려견이 된 개들이 가득했습니다. "고양이는 다른 방에 다섯 마리 정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예민해서 오늘은 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줬으면 해요." 그의 말을 들은 학생기자들이 저마다 준비한 간식을 꺼냈죠. "간식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잘 확인하고 먹여야 합니다. 동물도 생명이니 이들의 상태는 늘 면밀하게 확인해야 하고요." 이씨의 지도 하에 학생기자들은 반갑게 맞아주는 개들에게 간식을 줬어요. "아이들이 정말 잘 먹네요. 함부로 남의 음식을 빼앗는 친구가 한 마리밖에 없어요. 다들 잘 어울려 지내는 거로 보입니다." 차연재 학생모델의 말에 이씨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이들이 자기 처지를 알아요. 한데 어우러져 지내는 법도 배웠고요. 정말 착한 아이들인데 이렇게 버려져서는…." 이씨의 말을 들은 학생기자단은 더욱 힘내 한 마리 한 마리와 눈을 맞추고 품에 안아주었죠.
"사람에게 잘 안기려고 하지 않는 개들도 있는데 여기 친구들은 다르네요." 최치원 학생기자가 품에 개들을 안고 말했어요. 어느새 각자 품에 최소 세 마리씩 안겨 있었죠. 개들은 간식을 주기 전부터 꼬리를 흔들며 다가섰거든요. "아이들이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또, 순하죠. 물론 사람에게 상처 입은 아이들이라 처음에는 사람을 멀리하기도 하고, 여기 작은 말티즈처럼 온몸을 벌벌 떨기도 합니다." 이씨가 말티즈를 품에 안아 쓰다듬자 놀랍게도 덜덜 떨던 아이가 진정했어요. "이처럼, 사람이 사랑을 주면 아이들은 마음을 열어요. 동물은 정말 정직하거든요. 사람이 사랑을 주면 그만큼 돌려줍니다. 배신하는 일이 없어요. 이런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에 응당한 벌을 줘야 하는 이유예요. 동물, 특히 개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거나 절대 상처 입힐 일은 하지 않거든요." 이씨의 말에 차연재 학생모델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 뽕야도 제가 집에 가면 한 번 보고 들어가곤 해요. 전 뽕야가 늘 반겨줄 걸 아니까 집에 가면 즐겁고요."
그때, 차연수 학생기자의 눈에 작은 검은 강아지가 들어왔어요. "이 강아지는 계속 옷 속을 파고들어요." "맞아요. 아까 제가 앉아 있을 때도 그랬어요." 최치원 학생기자가 동의했죠. 이씨가 슬픈 눈으로 입을 열었어요. "그 아이는 전 주인이 양 눈을 바늘로 찔러 다쳤어요. 그 후유증으로 앞을 잘 못 봅니다. 이름은 춘향이고요." "이렇게나 작고 예쁜 아이에게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최준원 학생이 목소리를 높였죠. 그때, 중형견 스피츠가 학생기자단의 품에 뛰어들었습니다. "어이쿠!" 놀랐던 이현진 학생모델이 이내 품에 안고 따뜻하게 쓰다듬었죠. "그 아이 이름은 핫티예요. 이전 주인이 여러분 또래 아가씨였던 건지 이렇게나 아가씨들을 보면 달려듭니다." 핫티는 소중 학생기자단 여자 친구들 품에 번갈아 안겼어요.
"근데 특이한 게 있어요." 이현진 학생모델이 말했습니다. "여기 이 대형견은 대장 같아요. 허투루 움직이는 게 없어요" 이씨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 아이 이름은 윌리엄이에요. 여덟 살이고요. 우리 집에 왔던 모견이 낳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죠. 두 번이나 입양 갔는데 두 번 다 우리 집으로 돌아왔어요. 충견인 셈이죠." 감동적인 일화를 가진 개 윌리엄은 이씨의 곁을 항상 지켰어요. 이 때문에 밖에 외출할 때도 윌리엄만은 꼭 차에 태워가곤 했죠. "윌리엄을 포함한 이곳 개들은 남자를 보면 많이 경계합니다. 잘 보지 못했기 때문도 있고, 과거의 기억 때문도 있죠." 사람에게 버려진 상처는,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개들의 기억 속에 깊게 각인돼 있는 셈입니다. 학생기자단은 이씨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행히 아직 초·중학생인 소중 학생기자단 남자 친구들에게는 개들이 꼬리를 세게 흔들며 마음을 열고 다가왔어요.
"참 신기한 게 개들이 다 포동포동하고 표정이 좋아요. 웃는 얼굴이에요." 차연재 학생모델이 관찰하고는 말했어요. 개들에게도 표정이 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개들은 사랑받으면 그만큼 얼굴과 몸에 드러나요. 또, 행동에도 보이죠. 개들은 생명이에요. 또, 우리처럼 뭔가를 느끼고 생명끼리 교류할 수 있으며 기억도 하는 동물이고요. 일각에서 개를 반려동물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대하곤 하는 걸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정말 화가 납니다. 저는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어요. 동물권을 위한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제가 혼자 모든 아이들을 구조할 수도 없고 세상에 있는 개들을 다 구할 수도 없잖아요. 결국 개들을 안 좋게 취급하는 곳이 없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라 전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이씨의 마지막 다짐을 끝으로, 학생기자단은 봉사를 마쳤습니다.
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취재를 가기 전에는 아픈 강아지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정말 건강하고 살도 포동포동하게 찐 강아지들이 반겨서 깜짝 놀랐어요.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겁을 낼 줄 알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책임한 주인들이 정말 형편없다고 느꼈죠. 강아지들과 있다 보니 시간도 정말 빨리 가고 정도 많이 들었어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또 봉사하러 가고 싶어요.
차연수(경기도 청심국제중 1) 학생기자
유기견들이 너무 귀여웠고 대다수의 유기견들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한눈에 보였는데도 그런 아이들을 버린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동물학대나 유기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치원(세종 글벗중 1) 학생기자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을 지나치게 피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눈이 없는 강아지도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는 눈이 없어 다른 개들이 간식을 먹을 때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찾아 먹지를 못하고 몸집도 작아 다른 강아지들에게 차이기도 하여서 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용녀 배우님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거나 길가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있죠. 70마리가량 유기견들을 모두 돌보는 게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죠.
이현진(부천 석천중 1) 학생모델
유기견 수십 마리와 고양이를 매일 최대한 정성껏 보살펴주시는 이용녀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많은 유기견들과 고양이들을 보살펴주는 보호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버려지는 개들과 고양이가 있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현장에서 방 안 가득한 개를 보고 귀엽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습니다. 저에게 달려드는 개들을 보니 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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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취재를 가기 전에는 아픈 강아지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정말 건강하고 살도 포동포동하게 찐 강아지들이 반겨서 깜짝 놀랐어요.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죠. 주인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겁을 낼 줄 알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책임한 주인들이 정말 형편없다고 느꼈죠. 강아지들과 있다 보니 시간도 정말 빨리 가고 정도 많이 들었어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또 봉사하러 가고 싶어요.
유기견들이 너무 귀여웠고 대다수의 유기견들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한눈에 보였는데도 그런 아이들을 버린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고 동물학대나 유기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을 지나치게 피하는 강아지도 있었고 눈이 없는 강아지도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는 눈이 없어 다른 개들이 간식을 먹을 때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찾아 먹지를 못하고 몸집도 작아 다른 강아지들에게 차이기도 하여서 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용녀 배우님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거나 길가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있죠. 70마리가량 유기견들을 모두 돌보는 게 힘들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죠.
유기견 수십 마리와 고양이를 매일 최대한 정성껏 보살펴주시는 이용녀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많은 유기견들과 고양이들을 보살펴주는 보호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버려지는 개들과 고양이가 있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현장에서 방 안 가득한 개를 보고 귀엽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습니다. 저에게 달려드는 개들을 보니 더욱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차연수(경기도 청심국제중 1)·최치원(세종 글벗중 1) 학생기자·차연재(서울 도성초 5)·이현진(부천 석천중 1) 학생모델
로우틴을 위한 신문 ‘소년중앙 weekly’
▶ 관련 기사(“동물권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요? 모든 개 혼자 구할 순 없잖아요” 배우 이용녀 씨를 만나다
: https://news.joins.com/article/23284832)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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