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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끄럽고 더러워"..중국인 유학생은 무조건 싫다?

박가영 기자 입력 2019.01.14. 07:30 수정 2019.01.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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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중국화(化)](종합)
"믿고 거르는 중국인"…캠퍼스 덮친 '제노포비아'

[대학가 중국화(化)-①]"소외된다"는 중국인, "이유 있다"는 한국인…"혐오 확산 주의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학생 A씨(22)는 신입생 시절 선배에게 '꿀팁' 한 가지를 전수받았다. 바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수업을 피해야 한다는 것. 중국인 유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 탓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다. A씨는 "캠퍼스 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믿고 거른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면서 "수업 뿐만 아니라 식당, 동아리 등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씨(22)는 한국 학생들의 '편견' 때문에 위축이 될 때가 많다. B씨는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을 '시끄럽고 더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중국인 유학생)도 미국인과 같은 유학생인데 다른 대접을 받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대학 캠퍼스에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가 번졌다.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으로 인한 고충이 상당하다며 '이유 있는 혐오'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학내에서의 제노포비아가 자칫 중국인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말 안 통하고 시끄러워서"…소외되는 중국인 유학생
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은 국적은 단연 '중국'이다. 13일 교육부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대학·대학원)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14만2205명)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 비율은 48.2%(6만8537명)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5명이 중국인인 셈. 10년 전(70.5%)보다 비중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다수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중국인 유학생이 캠퍼스의 일원이 된 상황.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 사이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허모씨(23)는 "대학 생활 2년 동안 한국 학생들과 엠티(MT)를 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주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국인들과 함께 다닌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중국인 경상씨(23)는 "팀 프로젝트 과제가 중요한데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나를 빼고 조 모임을 진행해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 유모씨(22) 역시 "외부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이 우리(중국인 유학생)가 없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캠퍼스에서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를 경험한 중국인 유학생도 적지 않다. 부산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리모씨(24)는 "조 모임이 있어서 갔더니 나를 앞에 두고 '짱깨는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면서 "한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중국인은 목소리가 크고 예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학생들은 근거 없는 배척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부진하고 학습태도가 불량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는 게 한국 학생들의 주장이다.

대학생 고은별씨(25)는 "중국인 유학생과 함께한 팀플이 인생 최악의 팀플이었다"며 "한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중국인이었다. 지각도 밥 먹듯이 했다. 불성실한 건 언어 탓이 아니지 않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이모씨(24)는 "교양과목 시험 때 한 명이 시험지를 받자마자 나갔다. 교수님이 왜 시험을 포기하냐 물으니 '중국인이라 한국어를 못 쓴다'고 답하더라. 어학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학교 밖에서도 중국인 유학생 기피…"제노포비아 경계해야 할 때"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는 캠퍼스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학교를 넘어 대학가까지 중국인 유학생 기피 현상이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서 '중국인'은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중국인은 더럽고 시끄럽다'는 인식에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가 피하는 분위기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집 보러 올 때 중국인 이웃이 있는지 묻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피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대학 근처 식당에서 일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부당 해고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0월 초쯤 사장이 중국인 유학생 B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평소에도 'B는 한국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 저 정도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 '내가 교수라도 답답했을 거다' 등의 말을 했다. 며칠 뒤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장은 인원 감축을 위한 해고라고 했다. 그런데 B씨가 잘린 뒤 새로운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온 걸 보고 유학생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해당 식당 관계자는 "매출 감소로 인해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인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보인다"면서 "한국 학생들의 편견 때문에 중국인들이 배제된다. 이런 정서가 사회 전반의 '중국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가영, 김건휘 기자

"뭘 알아야 배우죠"…방치된 유학생, 웃음짓는 대학가

[대학가 중국화(化)-②]외국인 유학생 15만 시대, '어학능력 부족' 그림자도…전문가 "입학부터 높은 수준 요구해야"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한 모습.(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 뉴스1

대학가에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교정을 거니는 외국인 유학생은 이제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전공·교양 수업을 막론하고 어느 강의실을 가도 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외국인 학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대학생활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 학생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막연한 국제화 환상에 빠진 교육당국과 학교의 낙관적 태도에 정작 등록금을 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 15만 시대
외국인 유학생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매년 해외에서 한국 대학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교육부의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14만2205명으로 전년(12만3858명) 대비 14.8% 증가했다. 2008년(6만3952명) 이후 10년 만에 두 배를 훌쩍 넘겼다.

특히 중국인 학생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전체 외국인 학생 중 중국인만 6만8537명(48.2%)에 달한다. 두 명 중 한 명 꼴이다. 서울 시내 주요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장 많은 외국인 학생이 수업을 들은 고려대와 경희대, 성균관대 모두 중국인 학생의 수가 2000명을 넘었다. 특히 성균관대의 전체 외국인 학생(3853명)에서 차지하는 중국인(2607명) 비율은 67.7%에 달했다.

이처럼 해외 유학생이 급증하며 대학 강의실에는 한국 재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섞여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긴장감이 흐른다. 어학 능력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A씨(25)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서로 못하다 보니 차라리 영어로 얘기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윤모씨(26)도 "모든 유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부족한 어학능력 때문에 강의나 그룹활동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어 늘어나는 유학생이 솔직히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러운 증가 우려에… 대학 "문제 없어"
이처럼 해외 유학생이 급증하며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어학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입학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으로 교육 당국의 보여주기식 국제화 정책이 가장 먼저 지목된다. 교육부는 2015년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2023년까지 유학생을 2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듬해 유학생 입학 기준을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내려 비판을 받았다. TOPIK 관계자에 따르면 3급은 '기초 언어 구사' 수준에 불과하고, 2급은 이보다 더 낮은 등급이다.

대학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외 유학생이 급증한 수 년 전부터 국제화 지수를 높여 정부지원금을 얻는 동시에 이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확충하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관계자는 "유학생 증가로 받는 정부 지원금은 일체 없다"며 "재정 충당이 목적이라면 입학금도 올렸겠지만 최근 오히려 낮추는 추세"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유학생 적응 및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과 강의 수강 기준 등을 마련해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입학시 TOPIK 급수 기준이 없긴 해도 전공 수업 수강을 위해서는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며 "수업에 있어 크게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당 대학이 제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학생 중 55%가 TOPIK 4급 이상을 소지하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정작 수업 현장에서는 학교와 당국의 이같은 낙관적인 시각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희대학교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25)는 "학교가 유학생들을 위해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겠다"며 "(아마) 유학생들 대부분이 모를 것이다" 말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학생도 교내 한국어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려대학교를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B씨(24)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6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어 능통자지만 학교의 도움을 받은 기억은 없다. B씨는 "학교의 어학당이 아니라 따로 중국에서 학원을 1년 다니며 공부를 한 게 많이 도움됐다"며 "학교 한국어 프로그램은 1대1로 멘토링 해주는 프로그램 말고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에 입학 기준인 TOPIK 자체가 실제 강의에서 필요한 한국어 능력과 관계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 대부분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TOPIK 4급이면 입학이 가능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중국인 대학생 C씨(23)는 "TOPIK은 듣기·읽기·쓰기만 있어 회화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TOEIC점수가 높다고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이 아니듯, TOPIK이 높다고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TOPIK 5급이어도 회화를 전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학생 수에 집착하지 말고 입학 단계서부터 높은 수준을 요구해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유학원 원장은 "대학 대부분이 TOPIK 4급 이상 학생을 선발해 알아서 한국어 수업을 공부하게 한다"며 "이런 시스템은 한국어를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만들고, 결국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경제통상 교수는 "처음 입학할 때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학교가 유학생의 한국어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단순히 재정적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라며 "한국 학생처럼 같이 인재를 키워낸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이강준, 임찬영 기자

양꼬치에 칭따오… '큰손' 中유학생, 상권도 변한다

[대학가 중국화(化)-③] 대학가, 미니 차이나타운으로 변모… 식당·식료품점에서 노래방·통신판매점·부동산·미용실 등으로 업종도 다변화
자양동 건대입구 근처에 조성된 중국 거리(건대 양꼬치 거리). 건국대와 주변 세종대, 한양대에 중국 국적 유학생이 많고 근처 성동구 성수동 공단 주변에서 일하는 중국인이 몰리며 형성됐다./사진=이지윤 기자

중국인 유학생 수가 매년 늘어나 대학가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대학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분식집과 파스타집, 호프집과 막걸리집 일색이던 대학가에 중국식 백반집을 비롯 중국식료품점, 중국인 전용 미용실·통신회사·노래방 등이 들어섰다. 중국인 전용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나 점차 군집하면서 '중국인 거리'나 '중국인 상권'을 이뤄 '미니 차이나타운'이 된 대학가도 적지 않다.

13일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05년 1만107명에 불과하던 중국인 유학생은 2010년 5만9490명, 지난해 6만8537명으로 지속 증가 추세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들의 경우 대학 마다 각 25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중국인 유학생은 무시할 수 없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지난 9일~11일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 4 곳을 둘러봤다. 이곳들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들어선 중국인 가게들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고려대 주변 한 중국 현지식 식당. 중국인 유학생이 주 손님인 이곳 역시 중국식으로 식당을 장식해놨다. /사진=강민수 기자

◇중국 식당, 미용실, 통신판매점, 부동산… 확장하는 중국인 '상권'
경희대 주변엔 약 3년 사이 식당을 비롯 통신판매점, 식료품점 등 중국어로 된 간판이 붙은 곳이 십여 곳 들어섰다.

경희대 정문 최고 번화가인 삼거리에 위치한 중국 현지풍 식당은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가게 문앞 중국식으로 '향'을 피워놨을 정도로 중국 현지 느낌을 충분히 살린 이곳의 주 손님은 중국인 유학생이다. 사장 위토오(39)씨는 "이 주변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다는 걸 알고 입점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중국인들은 문 앞에 향을 피우면 재물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향을 피워서인지 매출이 높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문 최고 번화가인 삼거리에 위치한 중국 현지풍 식당. 가게 문 앞에는 중국 현지식으로 '향'을 피워뒀다.(왼쪽) 식당에서 판매 중인 음식들. /사진=권용일 기자

바로 맞은 편에도 중국식 식당이 들어섰다. 사장 조모씨(중국인·33)는 "우리 말고도 주변에 중국인 유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면서 "중국 음식 상권이 형성되니 경쟁 식당들이 들어오는 게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일종의 '중국인 상권'이 형성돼 멀리서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주변 풍경도 불과 2~3년 사이 급변했다. 고려대역 인근에만도 한국식 중식당이 아닌 현지식 중식당이 네 곳이나 새로 들어섰고, 고려대 최대 번화가인 안암역 바로 앞에는 식당과 중국식료품과 환전·비행기 티켓 서비스 등을 함께하는 가게가 들어섰다.

고려대 주변 최대 번화가인 안암역 2번 출구 앞에는 식당과 중국식료품과 환전·비행기 티켓 서비스 등을 함께하는 가게가 들어섰다. /사진=강민수 기자

대학원생 박모씨(27)는 "학부 때나 지금이나 중국 유학생이 많다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중국 가게들이 들어서는 게 눈으로 보이니 얼마나 많은지 더 와닿는다"고 강조했다.

이들 가게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알리페이(Alipay·중국내 점유율 80%인 모바일 전자 결제 앱)도 설치해뒀다. 중국식료품점 아르바이트생 옌칭(20·고려대 자율전공학부)씨는 "주로 중국 유학생들이 와서 마라탕을 먹거나 중국 식품을 사고, 쉽게 결제한 뒤 환전도 해간다"면서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가게들 대부분은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중국인이고, 간판과 메뉴 등도 중국어로 적혀있다. 미용실, 통신판매점, 노래방, PC방, 배달전문점 등으로, 업종도 다양하게 들어서고 있다. 비단 식료품점이나 식당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 업종을 다변화해도 매출이 꾸준히 나오니 업종이 꾸준히 다양해지고,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다.

고려대 인근 고려대역 앞 중국인 대상 통신판매점 마이통신. /사진=강민수 기자

고려대역 앞 마이통신 관계자 왕사씨(26)는 "중국인 유학생 손님이 70%를 넘는다"면서 "가게가 생긴지는 1년여인데,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앞 상해통신 관계자도 "문을 연지 1년 정도 됐는데, 직원이 3명이나 되지만 인건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매출이 나온다"고 말했다.

건국대 유학생들에 더해 주변 세종대, 한양대 유학생들까지 찾아와 크게 중국 거리가 조성된 건대 주변에선 중국인 전용 미용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은헤어 3호점에서 근무하는 중국동포 오모씨(29)는 "중국인 손님이 80%이고 이중 중국인 유학생 손님도 많다"면서 "우리 지점엔 직원 4명이 있는데 모두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자연스러운 머리를 좋아하지만 중국인 중에는 완전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중국인 전용 미용실을 즐겨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대에만 우리 미용실 지점 3개가 위치할 정도"라며 성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유학생들에 더해 주변 연세대, 서강대 유학생들까지 찾는 이대 주변에도 중국 유학생을 상대로 하는 가게가 다수 생겼다. 이대역 근처에서 중국식품마트를 운영하는 이영자씨는 "매일 20명 이상의 중국 학생들이 찾아올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식료품점 정보 등을 공유하므로 홍보효과가 높다고도 설명했다. 그의 가게에서는 중국돈 인민화로 계산하거나, 중국 계좌로 이체하는 일도 가능하다.

계약 등 전문적인 용어가 자주 오가는 부동산 부문에서는 아예 전문 회사도 등장했다. 고려대, 경희대·외대, 신촌·이화여대 등에 생긴 중국인 대상 부동산 프랜차이즈 '스테이즈'다. 강병인 스테이즈 고려대 소장(29)은 "중국인 계약 건수가 전체 계약 건수의 80%에 달하는데, 성수기엔 상담이 12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들이 정말 많고, 또 점차 늘고 있다 보니 중국인 상권도 확장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드로 주춤… 장기적으론 더 확장될 것
관계자, 전문가들은 중국인 상권이 확대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현재의 확장세는 '사드배치 여파'로 주춤한 것이라며, 여파가 끝난 후엔 더욱 폭발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인 대상 전문 유학원 SKY유학센터 고대점을 운영하는 강진(26)씨는 중국인 상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 이유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 4 곳 주변의 가게들. 중국인 유학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들어선 중국인 가게가 많았다. 식료품점, 미용실, 노래방, 통신판매점, 식당, 도시락배달점 등. /사진=최민경, 이지윤, 강민수, 권용일 기자

강씨는 "최근 3~4년 사이 중국인 대상 가게가 늘어난 건 졸업했거나 학교를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창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면서 "고대 근처만 해도 최근 문을 연 칠기마라탕, 응답하라 버블티, 미각, 진샤노래방, 마이통신, 식객도시락 등이 중국인 유학생이 창업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중국 유학생의 수요를 잘 알고 있는 데다가, 중국에서 창업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상권 확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사드 배치 여파로 그나마 최근 1년 간은 상권 확장세가 주춤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사드 배치 논란 기간과 그 이후로 한국에 들어온 중국 유학생 자체가 줄어 창업할 사람도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 강씨는 "보통 1~2년 유학을 준비해 한국을 들어오니, 사드 여파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도 "지금은 사드 여파로 중국인 유학생 증가추세가 머물러있는 단계지만, 앞으로 수년 뒤엔 중국인 대상 가게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상권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유학생들 뿐만 아니라 주변 중국인들도 모이면서 점차 중국인 대상의 가게가 늘어나고, 특화 거리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재은, 강민수, 권용일, 이지윤, 최민경 기자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김건휘 인턴기자 topgun@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권용일 기자 dragon_1211@mt.co.kr,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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