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신년사 유감..'안일한 현실의식' 안타까워

최원순 PD 2019. 1. 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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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갈등, 올림픽 사후처리, 레고랜드 문제 등 산적한 도내 현안.. 본질 제대로 짚어야

고용률 나쁜 편 아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 자영업은 작년에만 5천개 사라져..

수출액 20억은 전국의 0.3%에 불과, 새로운 것도 내세울 것도 아냐

일자리재단은 미스매치 조절과 일자리 사후관리 체계 조절 역할.. 이를 통해 고용률 늘리겠다는 것 적합지 않아

남북강원도 교류사업, 일의 우선순위와 방향 설정도 제대로 안 돼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강원도지사가 신년사를 통해서 남북평화를 통한 경제활성화, 일자리와 수출 확대 계획 등을 밝힌 가운데,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신년사 분석을 통해 "강원도지사가 안이한 현실인식과 공허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이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어떤 얘긴지,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박윤경>안녕하세요?

◆나철성>네, 안녕하세요?

◇박윤경>최근 도지사 신년사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으셨습니다.한마디로 "안이한 현실인식과 공허한 대안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나철성>지난 1월1일 지사님이 이 프로그램에 직접 나오셔서 일년의 구상을 알려주셔서 뜻 깊었는데요. 한편으로 아쉬웠던 점은 강원도의 산적한 현안들의 쟁점과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고, 두루뭉술하거나 막연한 희망으로 그친 것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물리적 충돌까지 예상되는 정선 가리왕산 문제나,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남북동계아시안게임 유치 등에 정확한 해답이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 박윤경 앵커가 최문순 강원지사와 2019년 신년특집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강원CBS)

◇박윤경>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죠.먼저 강원도지사가 경제현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셨어요. 도지사가 내세우는 경제적 성과, 특히 고용률에 대한 말씀부터 해주신다면요?

◆나철성>고용률과 관련해 신년사에 수치가 두 가지로 나오는데요. 고용률이 63%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출이 20억달러에 육박했다는 겁니다.

이 중 작년 고용률이 상승했다는 건 전국 평균을 2년 연속 상회했다는 겁니다. 2017, 2018년에 와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는 얘긴데요. 2017년은 맞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4/3분기까지의 통계치가 나왔는데요. 4/4분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2017년보다 더 내려가는 모습이 보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고용의 질과 관련된 부분도 연관이 돼 있는데요. 한국은행 강원본부 자료를 보면, 작년 경제이슈 중 고용부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고용률이 급격히 낮아졌고 고용자체의 양과 질이 결코 낙관이지 않다는 걸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윤경>고용의 양 뿐만 아니라 어떤 양질의 일자리가 생겼느냐가 중요하죠?

◆나철성>현재 고용률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님에도 근로자들이나 취업자들이 느끼는 것은 임금격차, 이중노동에 대한 불안감이거든요.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보수를 지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2017년 기준으로 강원도는 임시직과 비정규직이 22.9%에 해당합니다. 이 수치는 2015년과 비슷하고 해마다 나빠지고 있습니다. 고용의 양도 그렇지만 질이 계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윤경>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자영업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나철성>특히 지목해볼 것이 제조업인데요. 도내 소비와 직결되고 생산성과도 연결됩니다. 작년 4/2분기 동기대비를 보면 14%가 떨어졌고, 4/3분기는 10%가 급감했는데요. 주된 요인으로는 원주 문막일대의 자동차 부품단지가 무역전쟁이나 자동차 산업이 약화된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자영업자인데요. 작년에만 무려 5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도내 상가 공시율이 전년 4/2분기때보다 4/3분기 때 13%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업들이 위축될 것 같고,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고용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윤경>강원도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올해 일자리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시나?

◆나철성>일자리와 관련돼 강원도 차원에서 조사 연구하고 공급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 일자리재단을 만든다는 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취업률,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건 한마디로 난센스죠.

일자리재단에서는 미스매치를 조절하는 역할과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나 실업 등 사후관리 체계를 만드는 일을 해야하고요.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정확히 말하면 기업이죠. 일자리재단을 통해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건 적합지 않은 발상이라고 봅니다.

◇박윤경>또 도내 수출기업들이 어려운 국제 정치 상황 속에서 수출 부진 속에 있다가 4년 만에 20억 불을 회복했다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민망한 수치'라고 지적하셨는데요?
제2회 강원 수출인의 날 행사(사진=강원도 홈페이지 캡쳐)

◆나철성>네, 민망합니다. 왜냐면, 작년 대한민국 수출이 6천55억달러를 기록했는데요. 강원인구가 전국 3%대인데 수출은 0.3%대를 차지하는 겁니다. 전국의 3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거고요.

더군다나 이미 2012,3년에 21억달러를 달성했는데 4년간 계속 하락하다 작년에 겨우 20억달러 넘어서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의미를 부여할만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20년전만 하더라도 충청북도와 강원도의 도세가 비슷했는데요. 충북의 수출은 지난해 19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우리 수치를 자랑할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윤경>이번 신년사는 '남강원도지사'라는 명의로 발표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죠. 그만큼 남북강원도 교류와 이에 따른 협력사업에 비중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긴 게 아닌가 싶은데요. 문제는 중앙정부의 대북사업과 역할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거라고요?

◆나철성>최문순 지사가 밝힌 올해 남북관계 사업을 보자면요. 동해안 철도연결, 금강산 관광재개, 남북어업협정체결 등에 중심적 노력을 하겠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강원도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통일부의 사업이자 대통령 신년사에도 나온 사업입니다.

또 북미간의 정치협상에 따라 진척될 사업이지 강원도가 중심에서 추진할 사업이 아닙니다. 또 올해 남북아시안게임 추진한다지만 정부에서도 부정적이고 북에서도 반응이 없습니다. 일의 우선순위와 방향이 아직도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윤경>그렇다면 강원도가 주력해야 할 남북협력사업은 어떤 거라고 보시나?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사진=자료사진)

◆나철성>준비할 게 많습니다. 과연 동해안 철도가 연결된다면 강원도에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이런 것을 얘기해야 합니다. 이 철도가 연결된다고 강원도 강릉이나 제진이 종착역이 되는 건 아닙니다. 종착역은 부산이 되고요.

또 동서고속철도가 완공된다면 강원도를 통하지 않고 서울 청량리나 용산에서 바로 원산으로 직행하는 구조가 됩니다. 동해안 철도가 개통된다고 가정한다면 강원도에서 무엇을 실어 나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상품을 실어 나른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북에서 광물과 지하자원이 내려온다면 어떻게 단지를 구성하고 노동력 제공, 판로는 어떻게 할지. 매우 디테일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차분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 예산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남북관계가 결코 강원도에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접경지에 많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데 원주 1군사령부가 용인으로 이전했고요.

접경지 5개 지역 군부대를 철수하거나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어마어마한 인구가 빠르게 감축된다면 지역경제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 건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군부대 시설을 어떻게 발전시켜 관광지로 만들 건지도 준비를 해야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국방부와 협의되지 않아 현황도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올 상황들을 목적의식을 가지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강원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원주민들은 쫓겨나고 부를 가진 외지인들이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싶습니다.

◇박윤경>신년사에 밝힌 내용 외에도 강원도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나철성>현재 가리왕산 문제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충돌하면서 협상 당사자인 강원도는 오히려 빠지고 시군지자체와 중앙정부의 물리적 충돌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7월 산림청 관계자 등이 진행한 정선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현장 조사.(사진=산림청 제공)

또 올림픽 사후 문제도 올림픽 이전부터 우려가 됐고요. 레고랜드 문제도 지사님은 잘 될 거라고 하시지만 조만간 감사청구 결과가 나오는데, 하나라도 문제가 나온다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테마파크는 중도 유원지에서 작은 부분이고 나머지 지역의 경우도 투자자를 마련해야 하는데, 땅값이 시중보다 10배나 비싸기 때문에 현실 가능할지 우려가 있습니다.

산적한 현안의 본질을 도지사와 강원도 행정부가 안일하게 파악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결국 피해는 도민들에게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박윤경>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철성>네, 감사합니다.

◇박윤경>지금까지,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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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순 PD] c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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