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무조건 남탓하는 베이징, 중국 내에서도 '밉상'

이현우 2019. 1. 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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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 중앙정부, 미세먼지는 현지 오염 탓이라 일관
칭다오와 인천 거리는 고작 550km..미세먼지 못 날아간다 주장
정작 베이징 오염은 1000km 떨어진 '하얼빈' 탓으로 돌려 모순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올겨울 들어 최악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치면서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PM10) 농도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각각 ‘나쁨’, ‘매우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국의 미세먼지보다 한국 국내요인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베이징(北京) 인근의 스모그까지 1000킬로미터(km) 넘게 떨어진 북만주지역에서 온 것이라 주장하며 남탓으로 일관하자, 중국 내부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14일 환경부에 의하면 이날 서울과 경기지역을 비롯,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나쁨’을 기록 중이다. 서울과 경기가 137/m³, 충남 121/m³, 전북 106/m³, 대구 106/m³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0/m³를 넘었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 서울 106/m³, 경기 102/m³, 충남 92/m³, 전북 84/m³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나쁨’ 수치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전날에 이어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효 중이다. 평소보다 최고 5배 이상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반 건장한 성인의 경우에도 외부활동을 삼가고, 호흡기질환자와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아예 외출을 자제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 심각한 미세먼지의 주 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층이다. 지난 11일 이후 서풍과 북서풍을 타고 각각 중국 산둥성, 동북3성에서 밀려온 거대한 미세먼지층은 지난 주말에 이어 14일까지 한반도 전역을 뒤덮고 있다. 미세먼지의 발원지인 중국도 비상이다. 13일(현지시간) 중국 기상청은 중국 중부, 북동부와 베이징 일대 수도권 일대에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동북부 일대는 가시거리가 최대 50m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주요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중이다.

14일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주로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로 확인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베이징 중앙정부에서는 인천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가 대기오염의 주 요인이라 주장하고 있다.(자료=에어코리아)

이런 상황임에도 중국 중앙정부는 미세먼지 피해에 대해 ‘남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생태환경부는 중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의 오염물질은 주로 현지에서 배출한다”며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5년간 35% 가량 줄어들었다”고 강조해 자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중국정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의 미세먼지 피해 항의에 대해 줄곧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자국의 감축 노력만 강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국내에서조차 중국 중앙정부의 이런 남탓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 및 수도권의 오염원인을 만주지역, 즉 현재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의 스모그 문제 때문이라고 중앙정부가 주장하면서 지방정부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16년 11월, 중국 중앙정부 국무원 산하의 환경보호부는 중국의 동북 및 화북지방 전역의 대규모 스모그와 대기오염의 원인은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대도시인 하얼빈, 쑤이화, 다칭 일대의 겨울철 석탄난방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헤이룽장성 지방정부가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는 여기서 바로 나타난다. 중국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를 건너 먼거리를 이동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산둥성의 대도시인 칭다오(靑島)에서 인천까지 거리는 550km 남짓에 불과하다. 베이징 대기오염의 주 원인이라는 하얼빈시와 베이징간 거리는 1000km가 넘는다. 자국 내에서는 1000km 넘게 떨어진 만주의 스모그가 몰려와 베이징의 대기가 오염된다고 주장하면서, 고작 500km 남짓 떨어진 한국에는 미세먼지가 건너가지 않는다는 주장은 억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의 미세먼지 원인은 일부 지역이 아닌, 동부 연안지대 전체로 알려져있다. 14억 인구의 80% 이상이 동부 연안일대에 몰려사는 중국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각 지방에서 환경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심지어 대기질 관측도 일부 대도시 인근에서만 알려져있고, 동부 해안지대 전체에 대한 관측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국 동부 해안선 총 길이만 1만8000km에 달하는데다, 풍향에 따라 북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중국 동북3성의 미세먼지, 서풍을 타고 오는 베이징 및 산둥성의 미세먼지, 남서풍을 타고 오는 상하이 및 양쯔강 일대 대도시의 미세먼지가 매일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 국한된 대기질 개선 노력만으로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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