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에 편의점이 열개" 한국 첫 가맹점주의 눈물
2017년 9월 경전철 생기며 편의점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최근 한두 달 새 "다 같이 죽자"는 구도가 됐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와중에 지난달 100여m 거리에 편의점이 두 군데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고씨는 "120m 떨어진 미니스톱은 그나마 양반이다. 이마트24는 직선거리로 45m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것도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 형태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관계자에 물어보니 '애초 가맹점 형태로 들어오기로 했는데, (계약하기로 한 가맹점주가)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하더라. 직영점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고씨는 꼬박 30년째 매출 장부를 쓰고 있다. 지난해 1월 3일 매출은 113만원, 지난 3일 매출은 79만원이었다. 고씨는 "최근 다른 편의점이 생기고 매출이 15%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심판 본 자율협약은 '무용지물'
지난달 4일 이마트24 등 편의점 6개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보는 앞에서 '편의점 근접 출점 자제'를 약속하며 자율규약 협약식을 했다. 대다수 편의점이 소유한 '담배 소매인' 간 거리를 기존 50m에서 100m(서울·제주시 등)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인구 5000만명에 편의점 4만개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편의점 포화 현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단, 담배 소매인 간 거리 확대는 각 지자체가 '지정기준에 관한 규칙'을 바꿔야 해 오는 3월부터 적용한다.
덕성여대 앞 편의점의 급속 팽창은 자율규약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담배 소매인 간 거리 제한이 유일한 법적 수단이지만 덕성여대 앞 편의점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직선거리로 45m지만, 횡단보도를 포함해 측정하면 57m다. 현재 기준인 '50m 이상 소매인 지정'에 어긋나지 않는 셈이다. 또 CU와 이마트24 간 거리는 30m에 불과하지만, CU는 개점 당시 '일반 소매인'이 아닌 '구내 소매인'으로 지정받아 이마트24에 대한 배타적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담배 소매인 거리 제한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지난달 6개 편의점 가맹본부가 맺은 자율협약은 '신규 출점 시 상권의 특성과 유동인구, 담배 소매인 간 거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상우(48)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이마트24 본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점포를 1000개 이상씩 늘리는 등 5대 브랜드 중 가장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라며 "덕성여대점 오픈도 담배 소매인 거리가 100m로 늘어나면 더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낼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늘려보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24의 순증 점포 수는 1313개로 시장 1·2위 사업자인 CU·GS25의 두배가량이다.
홍성길(49) 전국가맹점협의회 국장은 "자율협약은 어느 한쪽이 깨버리면 끝나는 것"이라며 "1990년대에도 담배 소매인 지정기준을 80m 이상으로 한다는 자율규약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과정을 거쳐 결국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관계자는 "덕성여대점은 자율규약 발표 전인 지난달 4일 전에 이미 출점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직영점 출점에 대해선 "보증금·임대료·권리금이 많아 경영주(가맹점주)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물주가 이마트24를 원해 직영으로 출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주·최연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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