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대 아들 "어머니와 산 세월 지옥이었다" 잠적..'스카이캐슬'은 현실이었다

이보라 기자 입력 2019.01.14. 16:03 수정 2019.01.14. 17: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JTBC 금토 드라마 <스캐이캐슬> 포스터

대학 입시 학종을 위해 입시 코디네이터가 스케줄을 짜고 스케줄에 따라 아이들이 ‘공부 기계’처럼 살아간다. 이같은 한국의 광적인 교육열을 담은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들 진단이 나온다. 이승욱 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의 극심한 교육열과 이로 인한 청소년의 정신적 고통 등 문제에 대해 짚었다.

이 대표는 “(의대) 인턴까지 끝낸 아들이 엄마한테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서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이제 당신하고 인연을 더 이상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달라’고 사라졌다”며 드라마 내용과 유사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더 놀라운 건 어머니가 이 아들을 의대에 집어넣기 위해서 아들을 3수까지 시켰다. 고3 때부터 3수 할 때까지 매일 밤마다 아들이 자는 방에 들어와서 108배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 어머니가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해 보려고 했는데 아들 주변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에 대해 “스트레스의 원인이 학업이 아니라 엄마, 부모인 거다. 결국 부모하고의 갈등”이라며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부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만큼 욕망을 쏟아 붓는가에 따라 아이들이 어느 만큼의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되는지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스카이캐슬이 어느 만큼 현실적인 문제냐 아니냐보다는 부모의 욕망이 얼마큼 극악한가에 대한 얘기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 부모의 경쟁 심리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하기스라고 하는 기저귀 만들어내는 다국적 기업이 있다. 거기에서 예전에 한 99개국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저귀를 제일 빨리 떼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조사를 해 봤는데 1등이 우리나라였다. 아이가 기저귀를 얼마나 빨리 떼는가를 가지고 우리 아이의 영재성을 확인하려고 하는 부모들의 경쟁 심리가 있다는 걸 보면 단순히 한서진(극중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다 한서진처럼 되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라고 했다.

한국 부모가 자녀에게 이기적 욕망을 투영한다고도 이 대표는 봤다. 그는 “이게 너희들(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아이들이 너무 잘 안다. 많은 아이들이 와서 그런 얘기를 한다. ‘엄마가 나한테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잘될 거라고 생각해.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얘기하지만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나를 이용한다는 거 우리 다 안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없고 부모한테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 청소년기까지는 무기력하다. 그러니까 부모의 그 강압과 억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로 인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우려스러운 게 청소년 자해 문제다. 얼마 전에 청소년 자해 문제를 가지고 기획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제가 거기서 읽은 통계가 추정치로 청소년 중에서 초중고 학생들 중에서 약 20% 정도는 최소한 한 번 이상 자해를 한 경험이 있다고 추정을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보면 자기 머리를 막 뽑아대는 ‘발모광’이라고 저희들이 얘기하는데, 머리를 뽑아서 머리 중간중간에 뻥뻥 비어 있는 경우들도 본다. 불안, 스트레스(때문)인데 이런 것들은 부모의 강압과 억압에 마음과 정신이 마비돼있는 상태다 보니 본능적으로 자기 생존을 확인하고 싶은(거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으니까 피를 본다든지, 자기 신체 일부에 자극을 준다든지 하는 경향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성인으로 자라났을 때 공감능력 결핍과 같은 사회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 제일 우려되는 지점 중에 하나가 공감 능력의 결핍, 결여 이런 것들이다. 공부만 하는 기계로 길러진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의 특징들을 보면 아는 것도 많고 들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데 공감 능력이라든지 상대를 배려하는 지점들에서는 어떤 후천적 장애가 발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경우들도 있다”고 했다.

해결책으로 “부모님이 자기의 욕망을 좀 잘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통해 실현시키려는 욕망이 뭔지 본질을 좀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욕망을 자기 자신을 통해서 실현시켜라. 아이들한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묻지 말고 부모 스스로가 내 꿈은 뭐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되고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에게 공평 분배해야 된다”며 사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