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당, 끝내 '광주'를 모독했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2019. 1. 1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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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 사진은 좌익 선동질”이라는 차기환, 5·18 조사위원 선정
ㆍ이동욱 위원도 계엄군 두둔 전력…4개월 시간끌기하다 ‘극우’ 추천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조사천의 영정을 들고 있는 아들의 사진. 좌익은 이 사진을 유포하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선동질을 했고 그게 먹혀들어간 사회….”

조사천씨는 1980년 계엄군의 5·18민주화운동 진압 때 총에 맞아 사망한 시민이다. 조씨의 어린 아들이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커다란 눈망울로 물끄러미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은 광주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차기환 변호사(56·왼쪽 사진)다. 차 변호사는 지난해 7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올렸다. 차 변호사는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을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사람으로, 광주의 진실을 밝히려는 단체와 개인을 ‘좌익’으로 규정하는, 그릇된 ‘확증 편향’을 가진 극우 인사를 5·18진상규명 위원으로 내세운 것이다.

한국당은 14일 권태오 전 육군 중장(63)을 5·18진상규명위 상임위원, 차 변호사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59·오른쪽)를 비상임위원에 추천했다. 차 변호사는 “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주에서 평화적으로 손잡고 행진하는 시위대를 조준사격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도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며 계엄군을 두둔했다. 권 전 중장은 육군본부 8군단장, 박근혜 정부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5·18 단체들, 한국당 찾아 강력 반발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부상자 가족들이 14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선정 결과에 반발하며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국회 본관의 나 원내대표실이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자 출입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그동안 한국당은 4개월간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시간끌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5·18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 추천을 검토하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공수여단 대대장 출신인 변길남씨를 검토하더니, 그것도 여의치 않자 차 변호사를 택한 것이다. 한국당 역주행을 놓고 ‘진상규명을 하려는 건지, 방해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태극기부대 등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다가 최소한 상식적 기준에도 미달하는 인사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등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실체적 진상규명을 부정하고 그 정신가치를 폄훼하였던 전력을 지닌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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