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도개량 비용 비싼데..시속 400km 열차 필요하냐"

강갑생 2019. 1.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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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년 전 철도산업기본계획 수립
시속 400km고속철도 도입 방침 명시
이후 별 움직임 없이 사실상 계획 방치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도 오갈데 없어
국토부 "아직 이렇다할 방침 안 정해져.
내부적으로 큰 비용 등에 부정적 인식 "
전문가 "철도 경쟁력 위해 도입 해야.
남북, 대륙 철도 연결 대비에도 필요"
차세대 고속열차로 개발된 해무. [중앙포토]
정부가 지난 2017년 최고 시속 400㎞로 달릴 수 있도록 고속철도를 개선하는 실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우리 철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2월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는 "그간 확보한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열차 기술 활용을 위해 고속철도의 업그레이드 추진"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할 철도 관련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개발을 완료한 해무(HEMU-430X) 열차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무는 지난 2013년 최고 시속 421.4㎞를 기록해 프랑스(575㎞), 중국(486㎞), 일본(443㎞)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의 빠른 속도를 올렸다.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10만㎞ 주행 시험을 마친 뒤 해무를 상용화해 서울~부산을 1시간 30분대에 주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해무의 기술을 수출하겠다고도 했다.
2012년 열린 해무 출고식. [중앙포토]

하지만 이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고, 이후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2017년 고속철도 개선 실행계획을 세우고 향후 10년간 신호설비와 선로 등을 정비해 해무를 실제 운영에 투입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계획은 여태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철도 관련 부서에서 4세대 통신시스템과 자갈 궤도 개량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게 전부다. 이 사이 해무는 충북 오송의 차량기지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충북 오송의 차량 기지에 보관 중인 해무. [중앙포토]
게다가 올해 국토부의 업무보고에도 시속 400㎞대의 고속철도 개량사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년째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계획이 묻혀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개량 사업을 할지 말지 결정이 안 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고위 관료들 사이에 현재도 고속인데 여기서 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부정론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시속 400㎞대로 개량하려면 신호 시스템과 전차선 정비는 물론 현재의 자갈 궤도를 모두 콘크리트 궤도로 바꿔야 하는 등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며 "굳이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무가 제 속도로 달릴 경우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서울~동대구)의 자갈 궤도에서는 자칫 자갈이 튀어 올라 바퀴나 차체를 파손할 가능성이 커 콘크리트 궤도로 바꿔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수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국토부는 시속 400km대의 고속철도 개선작업에 미온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해무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속도"라며 "세계 철도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시속 400㎞대로 고속철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당장 남북 철도와 대륙철도 연결만 놓고 봐도 결국 고속철도 건설이 주요 이슈가 될 텐데 현 상태로는 우리가 고속철도 강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도 "개량 사업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철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신호체계 교체, 전차선 정비 등 가능한 부분부터 먼저 단계적으로 개량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한 고위 관계자는 "1000억원가량의 돈을 들여 개발한 첨단 고속열차를 제대로 활용 못 하는 건 문제"라며 "현재 고속철도의 내구연한이 다가오는 만큼 이에 맞춰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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