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등 물의 빚은 예천군의원 첫 간담회.."반성 기미 없어" 빈축

[경향신문] 해외연수에서 가이드 폭행 등의 물의를 빚은 경북 예천군의원 전원이 사태가 벌어진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 등 비판 여론에 대해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아 빈축을 샀다.

예천군의원 간담회가 열린 의회 3층 특별위원회실에 15일 오전 군의원 사퇴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다.｜독자 제공

예천군의회 소속 의원 9명은 15일 오전 10시부터 군의회 3층 특별위원회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상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박종철 의원(54)도 자리했다. 의회사무과장과 전문위원 등을 제외하고 의원들만 머리를 맞댔다.

‘예천군농민회’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 등 지역민 10여명은 간담회장 앞에서 ‘꼴값 떨지 마라, 누가 누굴 징계’ ‘똥을 쌌으면 본인들이 치워야지’ ‘오물로 덮은 예천 전원 사퇴로 씻어내라’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예천군농민회원 등이 15일 오전 간담회장 앞에서 군의원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독자 제공

군의원들은 이날 낮 12시20분쯤 간담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형식 의장(54)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를 통해 많은 부분을 합의했다”면서 “임시회를 열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임시회를 열고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박 의원을 제명 조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리특위 구성 인원과 명단 등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 신상 문제다”라고만 언급한 뒤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임시회 일정 등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농민회원 등의 반발을 샀다.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이 15일 의원 간담회 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독자 제공

예천군의회 관계자는 “아직 (의장에게서) 회의를 언제 열기로 했다는 등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시회 일정은 3일 전까지 홈페이지에 공지하도록 돼 있다. 오는 21일 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늦어도 17일에는 이를 대중에 알려야 한다.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이 15일 의원 간담회 후 짧막하게 입장을 밝히고는 취재진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독자 제공

예천군농민회 등은 의원 9명이 모두 물러나는 게 옳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최한열 농민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간을 끌려고만 하는 듯해서 매우 실망했다”면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원 전원 사퇴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농민회는 의장실에서의 농성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와 함께 임시회가 열리는 날에도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