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대신 원전 짓자? 저는 반대합니다

김성환 입력 2019. 1. 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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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의원의 편지] 송영길 의원의 신규 원전 건설 제안에 부쳐

[오마이뉴스 김성환 기자]

15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탈원전 정책에 동의한다. 그러나 중장기 에너지 믹스(mix)·균형 정책은 필요하다"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같은 당 김성환 의원이 본인의 생각을 담은 반박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김 의원의 글을 가감 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김성환 의원. (자료사진)
ⓒ 유성호
송영길 의원님.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환입니다. 의원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 잘 보았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공과 원자력계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하는 충정에서 올리신 글이라 생각합니다.
 
의원님의 주장의 요지는 추가적인 원전 건설을 통해 기후변화 주원인인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빨리 줄이자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동의합니다. 현재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은 기후변화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 상승한 상황에서 금세기 말까지 상승폭을 1.5도로 억제하지 못하면, 인류는 파국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 발전, 수송,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글로벌 기업, 전 세계 대다수의 시민들은 원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원전은 치명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석탄발전소의 대안으로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가지 위험을 모두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은 '재생에너지 확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이라는 한국 정부의 현재 목표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역량에 비해 매우 불충분한 수준입니다. 저 역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와 에너지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서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빠르고, 더 야심차게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수차례 문제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발전 분야 기후변화의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원전보다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안전하게 석탄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세계 풍력, 태양광, 원자력 설비용량 및 전력 생산 출처: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 WNISR 2018
위 그래프는 교토 의정서가 체결된 '97년 이후 20년 간 풍력, 태양광, 원자력의 설비용량과 연간 전력생산량' 증가 추이를 보여 줍니다. 그 기간 동안 풍력과 태양광은 발전량 기준으로 1553 TWh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전 발전량은 재생에너지 대비 15% (239 TWh) 밖에 늘어나지 못했습니다. 원전은 재생에너지에 비해 건설기간이 너무 길고,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막대한 투자비용 조달이 쉽지 않고, 그 위험성으로 인해 수용성이 낮아 확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석탄이나 원자력에 비해 더 좋아
 
▲ 전력원별 평균 균등화 발전 비용의 변화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 WNISR 2018
재생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비싸다는 논리도 이젠 과거 이야기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역시 위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눈부신 기술 발전과 규모 확대에 힘입어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 대비해서 이미 많은 국가에서 더 저렴해졌거나, 조만간 역전이 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원전 건설에 7년여가 소요되고 건설 후 40~60년 가동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붓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최근 각국의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이 강화되면서 건설비의 증가와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터키와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포기했고, 히타치와 도시바 역시 영국에서의 사업을 접거나 포기하는 단계입니다. 영국 원전 사업 취소에 따른 히타치의 예상 손실은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경제성 악화로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되고, 기존의 원전들도 조기 폐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내수 시장이 확보되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의 숨겨진 비용들이 반영되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을 앞지를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경제적으로도 기후변화 대응에 더 나은 해결책인 것입니다.
 
재생에너지가 더 안전한 대안... 탈원전 앞당겨야
 
원전 안전은 신화에 불과합니다. 33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과 8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의 피해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단 한 번의 사고로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원전 인근 인구수도 많고, 우리 경제의 핵심시설들도 위치해 있어 사고 시 그 피해도 훨씬 더 클 수 있습니다. 현 정부가 수립한 단계적인 탈원전 계획대로 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신규 원전 5기가 추가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고, 탈원전 시점은 2080년대가 되어야 가능합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맞춰서 오히려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습니다.
 
한전의 2018년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는 국내 4곳의 원전부지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총손해비용을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후쿠시마 사고 피해 비용 산정 방식을 적용했을 때, 부산과 울산에 위치한 고리 원전의 경우 1735조 원, 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울 원전은 284조 원, 경주 월성 원전은 839조 원, 전남 영광 원전은 326조 원의 피해가 발생합니다.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만약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 국내 원전 부지별 중대사고시 총손해비용 출처: 한국전력공사.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2018)
ⓒ 한국전력공사
또한, 올해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재공론화가 시작 됩니다. 세계적으로 수십만 년의 안전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아직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송 의원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의 시민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시민들이 영구처분장 건설에 동의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임에도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추가하는 무책임한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투자의 흐름도 원전보다는 재생에너지 중심
  
▲ 전세계 에너지원별 투자 금액 IEA 보고서 인용
ⓒ IEA
어떤 발전원에 투자가 몰리는지를 보아도 세계 에너지시장의 흐름은 명확합니다. 2017년 재생에너지에 투자된 금액은 약 2980억 달러(약 334조 원)입니다. 반면 원전에 투자된 금액은 재생에너지의 1/18 수준인 17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 기업들의 생존에도 필수적 과제
 
최근 들어 모든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RE100)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는 세계적 기업이 160여 개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레고, 소니, 필립스, 제너럴모터스, 휴렛팩커드, 칼스버그, 월마트, 골드만삭스, 네슬레, 코카콜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들입니다. RE100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하는 이유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며, 경제적으로도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RE100 선언을 한 기업들은 더 나아가 공급업체에게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BMW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미 이와 같은 요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재생에너지 사용이 새로운 수출장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지난 2018년 6월 재생에너지 확대선언을 하고,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전 사업장(제조공장, 빌딩, 오피스 포함)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에스비에르 마을과 말뫼의 교훈... 에너지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저는 지난 2018년 말 몇몇 의원들과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덴마크에 다녀 왔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덴마크 서부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에스비에르'의 변신이었습니다. 이 마을은 최근 유럽 해상 풍력발전의 80%를 공급하는 배후 항만 도시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이명박 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안했을 때 이를 꾸준히 실천했다면 가능했을 일인데 말입니다.

덴마크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코펜하겐 건너편에 위치한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의 변신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말뫼는 한때 조선업으로 번성했던 도시였지만, 조선업이 쇠퇴하여 골리앗 크레인을 단 돈 1달러에 우리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며 눈물을 흘린 도시입니다. 그 도시가 지금은 세계에서 부러울 정도의 지속가능성과 지식기반 도시로 변신에 성공하여, 유럽의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말뫼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금 세계적 변화에 앞장서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을 부담하고, 피해를 받아온 원전 인근 주민들의 고통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세계적 추세와 시대적 과제가 바뀌었습니다. 석탄과 원전 중심의 낡은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원전의 질서 있는 퇴진은 이제 우리 사회의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이룰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장기적 탈원전으로의 방향 전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오랜 기간 동안 요구를 해 왔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부분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이에 회답을 하였으며,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해주고 계십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더 빠르고, 더 경제적이고, 더 안전한 해결책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으고 속도를 내야 합니다.
 
송 의원님께서 열심히 추진하고 계시는 동북아슈퍼그리드 역시 전력망 관점에서 섬과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속화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고견을 주시고 함께 힘을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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