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국, 세계성장률에 1%p나 뒤졌다

손해용 2019. 1.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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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지난해 GDP 분석
한국 성장률 2.66%, 세계 3.66%
외환위기 이후 최대 격차 저성장
미국 2.89%에도 밀려 .. 역대 4번째
외부충격 없이 역전되기는 처음
"한국이 세계적 호황 흐름 못탄 건
정부 정책 부작용으로 볼 수밖에"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격차는 20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고, 한미 간 경제성장률도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의 최신 자료를 반영해 성장률의 소수점 이하 수치까지 수정 전망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분석한 결과다.

OECD는 201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실질 GDP 기준)을 2.66%로 전망했다. 지난해 5월 3.04%에서 0.38%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81%에서 3.66%로 0.15%포인트 낮아졌지만, 한국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다.

이에 한국과 세계의 지난해 성장률 격차는 1%포인트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세계 경제보다 1%포인트 이상 적게 성장하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국·미국·세계 경제성장률 비교
1980~9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했던 한국의 성장판은 2003년부터 닫히기 시작했다. 성장률은 2.93%로 전년(7.43%)의 절반에도 못 미치더니 이후 계속 세계 성장률을 밑도는 게 일반화됐다. 2009년·2010년에는 세계 성장률을 웃돌았지만 이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던 예외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2012년 이후 줄어들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와의 성장률 격차가 지난해 다시 커졌다는 점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산업적으로 조선과 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투자는 위축되고 내수까지 얼어붙으며 일자리 사정마저 좋지 않다.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저하, 노동시장 왜곡, 급속한 고령화 등도 주요 경제분석 기관이 꼽는 한국의 저성장 이유다. 여기에 현 정부가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경제 정책을 펼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국은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 활성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반면, 한국은 법인세를 올리고 각종 기업 부담을 늘리는 등의 정책 역주행을 펼쳤다”며 “지난해 세계 경제는 호황이었는데 우리 경제는 침체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미 성장률이 역전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9%로 한국보다 0.23%포인트 높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높았지만 이번 전망에서 역전된 것이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한국의 12배에 달하고 1인당 GDP 역시 6만 달러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이처럼 경제 덩치가 큰 미국이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금까지 단 세 번밖에 없다. 오일쇼크(1980년)·외환위기(1998년)·메르스(2015년) 등 외부 충격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한미 성장률 역전은 외부 충격 없이 역전되는 첫 사례인 셈이다. 역전 폭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이 지난해 세계 경기의 호황 흐름을 타지 못하고, 미국보다 둔화한 데에는 정부가 펼친 정책에 부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어려움을 배가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걱정은 올해다. 경제 여건이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대외 악재가 커지고,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내수·투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내리막인 상황에서, 늘어난 정부 재정지출만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바퀴가 되고 있다”며 “냉정하게 말해 올해 2%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이며, 이로 인해 경제 취약계층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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