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에 손 벌린 현직 법원장, 직원과 공짜 캠핑·야구 관람
[경향신문] ㆍ김기정 2016년 당시 법원도서관장 ‘부적절 금품·편의’ 의혹
ㆍ행정처, 경위 파악 나서…김 법원장 “사기진작용 선의 행사”
현직 법원장이 직원 친목 도모 명목으로 기업에서 부적절한 금품·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원행정처가 경위 파악에 나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정 서울서부지방법원장(57)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6년 법원도서관장으로 있으면서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의 징계청구요구서가 최근 법원행정처에 접수됐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원장은 그해 6월 직원들과 인천 문학경기장 스카이 박스에서 야구를 관람했다. 김 원장은 당시 법원 내부통신망에 “직원들이 프로야구 경기 관람을 즐기는 것 같아 SK 와이번스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 Sky Box 티켓을 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 원장은 “소규모 단체를 위한 특별관람석”이라고 설명하면서 티켓 16장을 관장·국장·심의관 등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카이 박스 16인석은 현재 시가로 90만원이다.
김 원장은 그해 9월 직원들과 커피체인점 이디야가 운영하는 강원 화천군 글램핑장으로 1박2일 캠프를 다녀왔다. 김 원장은 ‘법원도서관 힐링 캠프’라는 제목의 글에서 “물 맑은 계곡에 위치한 다른 팀들이 없는 단독 글램핑 장소다. 바비큐와 먹거리도 모두 관장이 책임지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직원 30~40명이 참여했다. 징계청구요구서를 낸 전직 법원 직원 ㄱ씨는 “김 원장이 이디야 커피상품권을 나눠줬고 이디야 커피를 많이 마시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영화 VIP 시사도 제공받았다. 김 원장은 같은 해 11월 영화 <판도라>, 2017년 1월에는 <더 킹> VIP 시사회 티켓을 나눠줬다. 김 원장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16장을 확보한 것도 <더 킹> 시사회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관계자로부터 듣기는 하였지만, 지난번 <판도라> 시사회보다 적은 수량이라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해당 글에는 “관장님이 더 킹이다” “관장님 킹왕짱”이라는 직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ㄱ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김 원장은 “법령 등에 저촉됨이 없는지 검토를 거쳐 시행했다. 기관장으로서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선의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고위 법관이 기업에서 금품 또는 편의를 제공받은 것은 도덕·윤리적으로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관윤리강령 제3조는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김 원장 측은 “ㄱ씨가 악의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 원장 측은 “당시 재판 업무를 맡지 않았고, 재판 당사자 등 직무관련자에게 받은 것도 아니어서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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