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남북경협, 중국이 경쟁력 우위..여건 녹록지 않다"

[경향신문] 박용만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16일 남북 경제협력에서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 등으로 우리보다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평양과 북·중 접경 지역을 다녀오면서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북한 경제 실상과 경협 여건 콘퍼런스’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참가와 지난해 말 북·중 접경지역 방문 등을 소개하며 이처럼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회장은 “중국, 특히 동북 3성에 있는 조선족 기업가들도 북한과의 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북한식 말투를 가진 조선족 기업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사회주의 체제적 동질성, 막대한 자금력 등에서 우리보다 앞선 경쟁요소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중국 전문가들도 북한의 경제개방 과정에 중국과 조선족 기업인들 역할 확대를 예상했다.

이춘복 톈진 난카이대 교수는 “북한 경제개방은 북·중 접경지역 중심으로 중국의 특구개발을 모델로 삼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중 관계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중 3자 협력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국산 옌볜대 조선반도연구원 경제연구소장은 “중국 내 조선족 기업가들은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북한 시장에 단독 진출하거나 중국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토론자인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현재 남북 간에는 주로 ‘상품’ 분야의 협정만 체결돼 있는데, 이를 노동과 자본, 서비스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에 따라 남북간 기술 협력 등을 강화해 북한 산업 전반의 기술 수준, 설비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서로 ‘윈윈’하는 경협 구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