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먼지 습격에도..중국에 한마디 하기 어려운 靑
청와대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중관계의 악재가 될 미세먼지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미세먼지 때문에 들끓는 국내 민심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나타났던 15일 오전 청와대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많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소개할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6일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서는 국내적 요인과 함께 국제ㆍ외교적 사안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의 대책을 내놓기에 한계가 있다”며 “차담회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참모들의 발언이 있었지만 당장 어떻게 하자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차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3월로 예정된 중국의 전인대를 전후해 북경 인근 공장들이 셧다운을 하기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이 스스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를 기대하는 것 말곤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내 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을 80%로 제한하는 등 국내적 요인에 대해서는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응을 할 경우 기업들에게도 당장의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외교적 문제가 걸려 있어 공동연구를 하는 정도 외에는 당장의 조치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던 2017년 4월 서울 신촌 유세 때 “일본엔 ‘위안부 합의 잘못됐다’, 중국엔 ‘미세먼지 당신들 책임 있다’, 미국에겐 ‘한반도 평화를 같이 만들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통령 원하시죠. 그래서 좀 폼 나는 나라, 폼 나는 대통령 원하시죠. 저 문재인이 앞장서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유독 미세먼지와 관련한 중국에 대한 요구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온적 대응의 배경은 지난해 10월 노 실장이 주중 대사로 재직할 때 진행됐던 국회 국정감사 속기록에도 나타나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경기가 침체되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환경기준을 완화시켰다.”
▶노영민 주중 대사=“중국이 애초 통제했던 계획보다 완화한 통제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었다. 환경부문 조치 강화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미세먼지에 대한) 소송을 한다거나 국제재판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노영민 대사=“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인에 대해 공동의 인식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6월 25일 중국 환경과학원 내에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개소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죽음의 먼지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외교정책 수단이 어떤 게 있나? 환경협력센터에서 대담한 접근법이 나올 수 있겠는가.”
▶노영민 대사=“일단 한반도의 미세먼지의 몇 %가 (중국에) 명확한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는 것이 중국을 설득하는 핵심이다.”
당시 노 실장은 여야 의원들의 미세먼지 대책 요구에 대해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 실장은 이어 “중국도 종전선언에 마땅히 참여해서 역할을 한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의 발언은 미세먼지보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쉽지 않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미세먼지는 중국과 관련이 있음을 많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국내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원인 규명도 다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함께 지혜를 모으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류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 등의 공식 채널을 통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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