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혜원 조카측 매입, 모르는 주민 없어..지역 위한 줄"

김호 2019. 1. 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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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 주변인 투기 논란 목포 대의동 골목
"평당 200만원 건물 400만원으로 뛰었다는 얘기도"
주민들, 손 의원 '목포 발전 목표' 믿으면서도 의아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대의동 골목 내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주변인들이 등록문화재 지정 전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일제 강점기 건물 창성장의 외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기척도 없었다.

리모델링을 한 창성장과 달리 주변 건물들은 한눈에 봐도 낡고 오래된 모습이었다. 상당수 건물 외벽의 페인트는 벗겨져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이 얹혀있는 건물도 적지 않았다. 요즘 건물에는 잘 쓰지 않는 지붕이다. 일제 강점기 ‘요정’으로 알려진 창성장 역시 손 의원의 조카 등이 사들이기 전까지 10여 년 이상 여관 문을 닫은 상태였다고 한다.
16일 전남 목포 창성장의 외부 출입문 너머 안쪽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그러나 주민들이 전한 분위기는 달랐다. 주민들은 “이제는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건물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성장 인근 주민 박모(75ㆍ여)씨는 “한때 평당 200만원에도 안 팔리던 건물들인데 (창성장이 팔릴 무렵) 모두 다 팔린 것으로 안다”며 “평당 400만원이 넘게 거래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16일 오전 전남 목포 창성장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마을의 부동산에서 전한 이야기도 비슷했다. 마을 한 부동산 관계자는 “(거래 당시의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평당 400만원을 넘었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들었다”며 “현재의 가치보다 일제 강점기 건물이라는, 그리고 등록문화재 지정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지난해 일제 강점기 지어진 건물들이 다수 있는 창성장 일대 1.5㎞ 거리를 통째로 근대역사문화공간 문화재로 지정할 무렵 10여 채의 건물이 거래된 것으로 파악했다. 상당수 주민들은 창성장의 소유중 한 명이 손 의원의 조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9채가량이 손 의원 주변인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은 잘 모르고 있었다.

손 의원이 스스로 창성장을 조카가 사들인 사실을 언급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봄 무렵 목포를 방문해 창성장 주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다. 당시 손 의원은 자신도 노후에 이 마을에 내려와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6일 오전 전남 목포 창성장의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주민들이 2017년 봄 무렵부터 거래된 것으로 지목한 건물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낡은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문을 닫은 상점이었다. 일부는 리모델링 돼 쓰이고 있었다. 마을 건강원 주인 김모(63ㆍ여)씨는 “(창성장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고, 문이 닫힌 건물들은 대부분 최근 다 거래된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16일 오전 창성장 등이 있는 전남 목포시 대의동 문화재 거리 일대. 프리랜서 장정필
다만 상당수 주민들은 손 의원이 목포 발전을 위해, 순수한 목적으로 창성장에 관심을 갖은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손 의원이 평소, 그리고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뒤 밝힌 입장과 비슷한 방향이다. 마을 오토바이 수리점 주인 정모(82)씨는 “창성장을 손 의원 조카가 산 것을 모르는 주민들은 없었다”며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낡고 오래돼 방치된 건물들이 잇따라 거래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의아하게 생각한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의 이주, 신도심 개발 등으로 수십년간 방치돼 주민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던 건물 거래가 한순간 활발해지면서다. 마을 주민 김모(74)씨는 “주민들은 막연히 죽었던 거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뜨기만 했던 것 같다”며 “손 의원 주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건물을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했다.

손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투기는커녕 사재를 털어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카가 구입할 당시 건물의 허름한 건물 사진 등을 공개하며 “(판매가격이) 4배가 올랐다는 기사 내용은 대체 누구 제보인가”라고 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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