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북극', 연간 55km 속도로 캐나다서 시베리아로 이동 중

허정원 2019. 1.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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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기장은 철 성분의 유체로 돼 있는 외핵이 움직이며 형성된다.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파란색 부분 중앙이 지구(왼쪽)과 태양 폭발 장면(오른쪽) [미국항공우주국(NASA)=연합뉴스]

지구의 자북극(磁北極·north magnetic pole)이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북극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점으로, 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지구의 자전축을 기준으로 하는 진북(True North)과는 실제 위치와 정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자북극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9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연간 15㎞였던 자북극의 이동 속도는 매년 빨라져 현재는 연간 55㎞의 속도로 캐나다에서 시베리아로 이동 중이다. 이에 따라 자북극은 지난해 동경 180도에 위치한 국제 날짜변경선을 넘어 동반구(Eastern Hemisphere)에 진입했다. NOAA는 “지구 자기장의 대부분은 지구 외핵 속에 녹아 있는 철 성분의 유체가 움직이면서 형성된다”며 “유체가 격하게 요동치면서 지구 자기장의 변화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자북극 급변으로 네비게이션 오차 가능성...美해양대기청, 세계자기장모델 수정 준비

네이처가 제공한 지구의 자북극 이동방향. 1990년대 중반 연간 15km로 이동하던 자북극이 최근 연간 55km로 이동 속도를 높였다. [자료제공=교토대/네이처(Nautre)]
자북극이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지구 자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네이처는 “선박 항해 시스템부터 구글맵에 이르기까지 현대 네비게이션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세계자기장모델(WMM)’을 조기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기장 변화에 따라 5년마다 WMM을 최신화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다음 갱신 시점인 2020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게 과학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영국지질조사국(BGS) 소속의 과학자들은 15일부터 WMM 최신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현재 장기화하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여파로 작업 시작이 30일까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마지막 WMM 최신화 작업에 참여했던 아르노 슈이아 NOAA 연구원은 “WMM의 오차 범위가 허용 한계치를 넘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선박 항해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기장 변화가 큰 북극 지방에서는 WMM의 오차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자기장 줄다리기(Tug-of-war)...지하 유체 움직임으로 캐나다 ‘패’

지구의 자기장 [그래픽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자북극의 이 같은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도성재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구 자기장의 80% 이상은 외핵 속 유체가 지구 자전을 따라 움직이며 형성되지만, 국지적인 요인들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외핵 위와 아래에 각각 위치한 맨틀과 내핵은 고체로 이뤄져 있는데, 유체가 이들과 마찰하며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외핵 속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며 급속하게 열이 발생하는 등 종합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유체 속 가벼운 원소와 무거운 원소가 상하로 대류하는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는 게 도성재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북극 이동의 출발지인 캐나다 지하에서는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던 철 성분의 유체 움직임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리즈대 지구자기학자 필 리버모어는 지난달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에서 “자북극의 위치는 캐나다와 시베리아 크게 두 지역의 지하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유체 이동의 영향을 받는다”며 “캐나다 자기장이 약화해 시베리아와의 자기장 ‘줄다리기’에서 지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NOAA와 BGS 연구진은 “WMM이 마지막으로 갱신된 직후인 2016년에도 남미와 동태평양 지하에서 강력한 자기장 펄스가 감지됐다”며 당시 발생한 정보도 수집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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