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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다리 베껴 고증"..사극 세트장된 천년 고도 경주

장혁진 입력 2019. 01. 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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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재 부실 복원 연속 보도, 오늘은 마지막으로 엉터리 고증 문제를 짚어봅니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마구잡이식 복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다리를 복원하면서 천년 뒤에 지어진 청나라 다리를 본뜨는, 황당한 복원 사업에 국가예산 수백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현장 K, 장혁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통일신라 시대 왕궁 월성과 남산을 이어주던 경주 월정교입니다.

화려한 2층 누각을 설치한 나무 다리로 복원됐습니다.

완공을 앞둔 이 다리에는 국가예선 51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통일신라 시대에도 이런 모습의 나무다리였을까?

발굴 조사 당시 석재 난간이 발견돼 돌다리일 가능성도 꽤 높았습니다.

[염준정·박수지/서울 강서구 : "복원이 잘 돼 있다라는 느낌은 솔직히 잘 안 드는 거 같아요.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새로 만든 다리라고 해도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고증 과정에서 몇 안 되는 문헌 기록조차 무시했습니다.

고려 명종 시기 문신 김극기는 월정교를 둘러본 뒤 "무지개 다리가 거꾸로 강물에 비친다"고 시를 남겼습니다.

무지개라는 표현을 보면 다리가 아치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각에 맞는 일직선의 들보교로 복원했습니다.

중국 호남성의 다리를 베낀 겁니다.

국내에는 화려한 누각 다리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손진립/경주시 왕경조성과 팀장 : "우리나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목조 (다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건축물에 대해 조사를 해 본거죠."]

8세기 통일신라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18세기 청나라 다리를 본뜬 겁니다.

[이희봉/중앙대 건축학부명예교수 : "마치 그 드라마 세트처럼 그냥 웅장하게 그렇게 창작을 한 거죠. 가능하면 으리으리하게 그래서 관광객이 와서 보게 그렇게 해서 가짜를 만든다 이겁니다."]

경주시는 9천 4백 억 원을 들여 8개 핵심 유적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 없이 복원할 경우 원형 보존이라는 가치를 훼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마저 흔들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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