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손혜원, 조카 건물 매입후 '정부 리모델링 지원' 언급

김호 2019. 1. 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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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목포시장 등 만나 원도심 지원 필요성 언급
불과 한 달 전 조카는 일대에 건물 3채 연달아 구매
손의원 측 "특정 건물 리모델링 해달라고 언급 안해"
목포시장 등 고위 인사들과 식사 자리에 조카도 참석
손혜원 측 "조카 건물 지원 요구 안했고 문화재도 안됐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여자 조카가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에 사들인 3채의 건물 중 하나. 리모델링을 거쳐 커피숍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목포에 주변인을 통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조카가 건물 여러채를 매입한 직후 지자체와 정부의 리모델링비 지원을 주장한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손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문화재 지정 정보를 얻은 뒤 투기를 한 것인지와는 무관하게 시기상 발언자체가 부적절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17일 목포시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7년 5월 18일 박홍률 당시 목포시장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당일 오전 광주광역시에서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목포로 이동 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둘러보고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손혜원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만찬 자리는 손 의원의 목포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만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와 목포시 도시재생 업무 담당 시청 간부 공무원 등도 참석했다.

문제는 손 의원의 발언 내용이었다. 손 의원은 ‘목포 발전’과 관련해 이야기하던 중 최근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목포 원도심 등을 언급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손혜원 의원과 손 의원의 여자 조카가 사들여 커피숍으로 꾸민 건물의 원래 모습 [사진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손 의원은 낡은 목조건물 등을 언급하며 “리모델링 개선사업 때 목포시와 정부가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게스트하우스 활성화도 주장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해 3월부터 4월 사이 손 의원의 조카 중 한 명인 손소영(42ㆍ여)씨는 서울의 와인바를 정리한 뒤 일제 강점기 건물 등이 밀집한 목포 원도심에 총 1억6350만원을 들여 건물 3채를 잇달아 사들였다. 이 가운데 1억원은 손 의원이 증여한 돈이다. 추가로 돈을 들여 한 채만 리모델링 해 현재 커피숍으로 쓰고 있고 다른 2채는 그대로다. 이후 지난해 8월 일대 거리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시기로 볼 때 조카가 문제의 원도심에 집중적으로 건물 3채를 매입한 직후 시장에게 이 일대 리모델링비 지원을 언급한 것이다. 손 의원 조카의 마지막 건물 계약 시점은 17년 4월 30일이다. 만찬 자리가 있기 약 3주 전이다.

손 의원은 당시 식사 자리에 조카도 데려갔다고 한다. 당시 참석자 중 한명는 “(국회나 정당, 시청 관계자 말고 일반인 가운데는) 손 의원의 조카만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손 의원의 조카는 당시 참석 경위에 대해 “그날 참석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시장님과 몇 차례 만난 적은 있다. 주민이 (주민 행사 등 자리에서) 시장님을 만날 수 없는 거냐”고 되물었다.

손 의원 측은 처음에는 당시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리모델링비 지원 주장 등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원도심의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 등을 덮고 있던 간판과 외장재 등을 제거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설명했다.

하지만 손 의원 측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도 손 의원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을 올려 홍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 관계자는 “(리모델링비 지원 관련) 발언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조카가 사들인 건물 리모델링비를 지원해달라고 하진 않았다. 이들 건물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손 의원 측의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은 또 있다. 손 의원의 조카는 3채의 건물 중 커피숍으로 바꾼 한 채를 제외한 두 채를 게스트하우스와 소극장 등으로 고쳐 쓰려는 계획을 세웠다. 손 의원이 시장을 만나 리모델링비 지원과 함께 언급한 ‘게스트하우스 활성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손씨는 지난 16일 기자와 만나 “대출 등을 통해 게스트하우스 공사비 등을 마련하려고 계획했으나 자금난을 겪어 현재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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