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3살 아들 숨지도록 내버려둔 아빠..재산 절반 상속받는다

대구=백인성 (변호사) 기자 입력 2019.01.17. 15:15 수정 2019.0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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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대구 현준이 사건' 학대치사 20대 친부·계모, 민사소송 1심 친모에게 패소..법원 "아빠, 학대했지만 상속결격은 아냐"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3살 아이에게 개목줄을 채워 사흘간 방치했다 질식사시킨 '대구 현준이 사건' 가해자인 친아버지와 계모가 아이 친엄마에게 1억8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친엄마가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금액 가운데 절반만 인정했다. 가해자인 친아버지도 아이의 유산인 손해배상채권을 절반 물려받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2017년 사망한 박현준군(3)의 친엄마 A씨가 친아버지 B씨(24)와 계모 C씨(23)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B·C씨가 연대해 A씨에게 1억8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B씨와 C씨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현준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집안을 어지르고 보기 싫다는 이유로 목에 애완견용 목줄을 채워 작은 방 침대에 묶어 가뒀다. 아이는 2017년 7월 사흘째 개목줄이 채워져 작은 방 침대에 묶여있다 침대에서 내려오던 중 개목줄에 목이 걸려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질식해 숨졌다. B씨와 C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아이는 태어난 지 7개월 무렵부터 숨지기 전까지 필수 예방접종과 영유아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집안을 어지럽힌다는 등 이유로 2016년 5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들에게 폭행당했다. B씨와 C씨는 아이의 몸에 혹이 나고 피부가 찢어졌지만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아이가 숨지기 1년 전부터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이는 사망 한 달 전부터는 하루 한 끼만 먹을 수 있었다. 사망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10.1㎏으로 생후 3.5세 남아의 표준 체중 14.9㎏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키도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85㎝ 정도였다.

2018년 2월 친엄마 A씨는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알고 B씨와 C씨에게 3억98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이가 사망하지 않고 성장했을 경우 벌어들였을 일실이익과 정신적 위자료 등 아이가 남긴 손해배상채권을 단독 상속했다는 것이었다. 현행 민법상 아이가 사망하면 법정 상속순위에 따라 부모가 유산을 절반씩 상속받게 되지만, 고의로 피상속인 등을 살해·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친아버지 B씨가 상속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B씨와 C씨는 그러나 숨진 아이의 유산(손해배상채권)은 친아버지인 B씨 역시 상속자격이 있다고 맞섰다. 따라서 A씨가 주장한 아이의 유산, 즉 손해배상채권 절반은 B씨의 몫이므로 A씨의 청구를 전부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3세 남짓에 불과하였던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지위에 있는 피고들이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아이를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방법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이 반인륜적이고 가혹해 피고들의 책임이 무겁고, 이 사건 불법행위의 결과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친부 내지 계모로서 아동인 망인을 양육하면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를 제공하여야 할 지위에 있던 B씨와 C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아이의 사망에 기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역시 인정되지만, 아이의 사망 원인을 간접적으로 제공한 친아버지라도 아이의 사망에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아이의 유산 절반을 상속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A씨와 B씨가 아이의 손해배상채권을 절반씩 나눠갖게 된다며 A씨가 아이의 손해배상채권을 단독 상속받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 "민법상 상속결격은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 또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상해행위를 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가해자에게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살해·상해의 고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불법행위 내용이 가혹하고 반인륜적이기는 하나 아이가 사망할 당시 B씨에게 '학대의 고의'를 넘어 아이를 살해·상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상속인을 살해(상해)하려는 고의와 그 범행으로 말미암아 상속에 있어서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켜야 상속결격자로 인정해왔다.

이어 법원은 "친모 A씨 역시 아이 출산 후 가출하고 B씨와 이혼하면서 당시 만 1세가 채 되지 아니한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그 뒤로 아이를 면접교섭하거나 양육권을 찾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자기 고유의 상속분을 넘어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아이의 손해배상채권 전액을 상속하도록 하는 것이 상속결격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거나 신의칙상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구=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