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한 풀었다..제주 4.3 수형인 재심 무죄취지 공소기각

최충일 2019. 1. 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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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제주지법, 절차상 잘못 인정..사실상 무죄
4·3 생존 수형인 18명 "명예회복 됐다" 만세 외쳐
17일 제주지법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 후 한신화 할머니. 할머니의 손가락이 당시 당한 고문 때문에 기역자로 꺾여 있다. 최충일 기자
‘사실상 무죄’라는 소식을 접한 한신화(98·서귀포시 표선면)할머니는 연신 “고마워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씨는 제주 4·3 사건 때 경찰서로 끌려가 손가락이 휠 정도로 고문을 당했고, 1948년부터 1년간 전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한 할머니처럼 70년 전 제주4·3때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생존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실제 범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17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제주 4.3 수형인 재심에서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후 당사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17일 제주4·3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모든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공소기각’구형에 손을 들어줬다.
제주 4.3 수형인 명부의 표지. 최충일 기자
당시 이들이 받은 군사재판은 과거의 국방경비법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기본적인 예심조사도 거치지 않았고, 피고인을 위한 변호 등도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공소기각 사유다.

재판은 제주4.3 수형인 18명이 2017년 4월 법원에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제대로 된 재판을 통해 죽기 전에 명예 회복시켜달라며 재심을 청구해 이뤄졌다.

재심을 주도했던 양동균 4·3 도민연대 대표는 “이번 판결이 불법군사재판에 대한 원천무효 선언 등이 담긴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 4.3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주도했던 양동균 대표. 최충일 기자
현재 80~90대가 대부분인 청구인들은 제주 4·3 사건이 진행 중이던 1948년 가을부터 이듬해 7월 사이 당시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 의해 내란죄나 국방경비법의 간첩죄 혐의로 옥살이했다. 일부는 연좌제 등으로 가족들까지 함께 피해를 보는 등 상처가 컸다. 양근방(86·제주시 조천읍) 할아버지는 "과거, 좋은 회사에 취직한 아들이 3개월 만에 나의 전과 때문에 잘려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 판결로 마음이 좀 후련하다"고 말했다.
4·3 당시 고등군법회의는 1948년부터 1년에 걸쳐 제주에서 진행된 군사재판이다. 당시 상황이 기록된 수형인 명부에는 2530명의 명단이 게재돼 있으며, 대부분 행방불명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제주 4.3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가 17일 제주지법의 공소기각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할망, 무죄!'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최충일 기자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공소기각이 확정되면 전과에 대한 말소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또 나머지 생존 수형인 12명에 대한 재심재판은 물론 불법적으로 구금됐던 시간을 보상하는 형사보상 청구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국가보상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검은 이날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판결문 신속히 검토해 항소 포기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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