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셋 중 한명은 '週 15시간 미만' 초단기였다
주휴수당 안줘도 되는 초단기알바 작년 350만개, 1년새 12만개 늘어
서울의 한 사립대 공대 4학년인 박민제(24)씨는 '알바 베테랑'이다. 지난 2014년부터 학원이나 카페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어 썼다. 그러나 최근에는 채용 사이트를 뒤적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아무리 찾아봐도 주당 8시간 넘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알바) 자리가 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간신히 주말 이틀 동안 6시간씩 일하는 자리를 찾았다. 박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방학 동안에 학기 중에 쓸 돈을 미리 모으고 싶은데, (풀타임 일자리가 잘 없어서) 돈 모으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으로 지난 1년 사이 알바 시장 지형도가 바뀌었다. 알바 채용 공고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주당 15시간 밑으로 일하는 초(超)단시간 일자리는 되레 늘어났다. 청년들 사이에서 "질 좋은 알바 자리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알바 뽑아요" 공고, 1년 사이 13% 급감
17일 본지가 대표적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의뢰해 채용 공고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채용 공고 건수가 1110만3492건으로 전년도(1277만6700건)보다 167만여건(1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주범으로 꼽힌다. 알바 일자리는 대부분 미숙련·저임금 일자리라 전체 노동시장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인건비가 고스란히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 구모(24)씨는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알바 10군데에 지원했지만 죄다 떨어졌다. 그는 "카페 알바 뽑는데도 경력직을 찾더라"고 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만큼, 한 번도 일 안 해본 사람에게 그 돈을 주려는 사업주가 잘 없다는 것이다.
'알바 절벽'은 작년 하반기 이후 심해졌다. 작년 1~2분기에는 전년보다 채용 공고가 각각 12.6%, 9.6%씩 줄었다. 그러나 3분기(14.6%)와 4분기(15.8%)에는 감소 폭이 컸다. 이 시기는 올해 최저임금 역시 두 자릿수대(10.9%)로 오르는 게 확정된 이후다.
◇주휴수당 부담에 알바 셋 중 하나가 '초단시간'
청년들이 체감하는 더 큰 문제는 안정적으로 긴 시간 일하는 괜찮은 자리가 더 빨리 줄었다는 것이다. 대신 주당 15시간보다 덜 일하는 초단시간 알바 자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알바천국에서 전체 채용 공고는 줄었지만, 주당 15시간 밑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일자리는 2017년 338만981건에서 작년 350만3145건으로 늘었다. 전체 채용 공고 넷 중 하나(26%)에서 셋 중 하나(31.5%)꼴이 됐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주 17시간 미만 근로자 수는 152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는 '주 15시간'을 넘는 순간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소정근로시간(노사가 미리 정한 근로시간)이 15시간을 넘으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예컨대 하루 5시간씩 4일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매주 5일 치(25시간) 임금을 준다. 그러나 하루 5시간씩 이틀 일하면 10시간분 임금만 준다. 퇴직금, 연차휴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도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만 해당된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모(25)씨는 주말에 하루 7시간씩, 14시간짜리 알바를 하고 있다. 그는 "좀 더 길게 일하고 싶어도 그런 자리가 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주중에는 학교에서, 주말에는 밖에서 '투잡'으로 일하고 있다.
실제로는 주 15시간 넘게 일해도 소정근로시간은 낮게 정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생 김모(24)씨는 "근로 계약은 주당 12시간으로 했지만, 실제론 15시간 넘게 일한다"면서 "그래도 근로시간을 높여 주휴수당 달라는 말은 못 한다"고 했다. 최근 알바 한 명이 잘린 걸 봤기 때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소수 상용직은 길게 일하고, 다수 미숙련 근로자는 단시간만 일하게 하는 '일자리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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