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명의로 차명소유에 뇌물, 갑질까지..비리 복마전 '태양광 발전소'

김동욱 2019. 1.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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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간부와 직원들 무더기 적발

한국전력공사 고위 간부와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를 대거 분양받고,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할인받은 수법 등으로 뇌물을 수수해오다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제반 허가 권한을 한전이 가지고 있는 점을 악용해 공사업체에 대해 온갖 갑질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검은 뇌물수수·공여 등 혐의로 한전 지사장급 간부 A(60)씨와 공사업체 대표 B(64)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또 태양광 발전소를 차명으로 다량 보유 중인 것으로 드러난 한전 직원 30여명에 대해서는 한전 본부에 비위사실을 통보해 규정에 따라 조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전 본부장과 지사장, 전력공급팀장 등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태양광발전소 설치 업체에 인허가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000만원~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소 설치 업체로부터 100㎾급 태양광발전소 1기당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할인 받아 분양받은 수법으로 총 3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한 전기발전사업 허가 기술검토 승인부터 전력수급계약(PPA) 승인까지 제반 권한을 이용해 업무를 도와주는 수법으로 시공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공사대금을 할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회사의 허가 없이 자기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한 한전 취업 규칙과 행동강령을 피하기 위해 부인과 자녀 등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를 대거 분양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를 통해 적발한 한전 임직원 등 60여명이 차명으로 보유한 태양광발전소만 120기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C업체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양한 태양광 발전소 500기 중 110기(22%)가 한전 직원들이 차명으로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가 2014년 일반에 분양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지의 경우 위치 등 여건이 우수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자 한전 직원들이 전체 25기 중 22기(88%)를 선점했다.

공사업체들은 한전 간부들로부터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자신들이 설치한 태양광발전소 일부를 이들에게 차명 분양해주고 공사대금도 일부 할인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에서는 한전에 만연한 갑질 문화와 행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직원들은 태양광 발전소 공사업체들이 선로 정보(연계 용량) 등에 대해 확인을 요청할 경우 냉대하거나 정보 제공을 기피하기 일쑤였다. 지자체가 전기·발전사업허가를 위한 기술검토를 요청해도 접수 순서를 임의로 바꾸거나 고의로 지연시켰다.

전력수급계약 접수 시에는 기술검토 수치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불이익을 주거나 사소한 미비사항을 이유로 반려하기 일쑤였다. 연계공사 설계시에는 전주, 전선 등 자재 규격과 수량을 늘려 공사비가 늘어나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자신들과 관계한 특정 시공업체에게는 한전 내부 선로 정보 등을 신속히 제공하고 선로 용량을 선점하도록 도와주는가 하면 용량 초과 시에도 전력계통 연계 승인을 처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한 업체의 연계 공사에는 전주 등 전기 자재를 한전 조달은 물론 사급 자재까지 동원해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갑질 행태도 가관이다. 태양광 발전소 위치 선정의 경우 대개 추첨으로 결정하지만, 한전 직원들은 가격 등 조건이 좋은 사업부지를 꼬집어 요구했다. 공사비에 대해서는 ‘다른 업체보다 비싸다. 배수가 불량하다, 설계와 시공방법이 틀리다’는 등 온갖 이유를 들이대 지불을 지연하거나 감액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측은 “이처럼 한전 직원들의 비리가 횡행한 이유는 태양광 발전소가 정부 지원에다 발전량에 따라 연평균 약 15%에 이르는 안정적인 수익률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사업 참여가 증가하는 반면 생산된 전기를 처리하는 한전의 지역별 전력계통 연계선로 용량은 한계가 있다보니 설치 경쟁과 이에 따른 이권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그 중심에 선 한전마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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