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말 안들으면 시위하겠다" 협박해 수억원 챙긴 노인복지단체장

허진무 기자 2019. 1. 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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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정호 전 한국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55)이 노인 상품을 판매하는 ‘홍보관’에게 수년에 걸쳐 수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노 전 사무총장은 노인 권익에 대한 유명 전문가로 한노연 노년범죄연구소 소장과 밝은미래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판사는 전국 홍보관에게 자신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시위를 하고 언론에 고발한다고 협박해 금품 2억7500여만원을 받아 상습공갈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무총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홍보관이란 상가를 임시로 단기 임대한 뒤 노인들을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말한다.

한노연은 노인의 권익과 복지를 위한 소비자단체로 홍보관의 불법 영업에 대한 감시·고소·고발 활동을 했다. 노 전 사무총장은 2010년 1월 한국노년소비자보호연합(한소연)을, 2012년 1월 한국노인복지연합(한노연)을 설립한 뒤 2016년 2월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노 전 사무총장은 홍보관 업주들에게 한노연 회원 가입을 강요했다. 또 방송 출연과 경찰 협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국 홍보관 업주와 유통업자들에게 보내 위세를 과시했다. 실제로 노 전 사무총장은 노인 전문가로서 방송에 출연해 홍보관이 불법판매를 한 상품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노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요구를 듣지 않는 홍보관에 한노연 직원과 노인 등을 동원해 시위를 하고 상품을 반품시켜 실제 폐업시키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겁을 먹은 홍보관 업주들과 유통업자들은 가입비, 후원금, 방역비, 상품검증비, 강의료, 각종 행사 찬조금 등으로 2억7500여만원을 상납했다.

노 전 사무총장은 2010년 1월 한소연 사무실에 홍보관 업주 등 20여명을 불러모은 뒤 “한소연은 준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다. 합법적으로 ‘몰카’를 설치해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경찰 고발이나 방송 제보를 하겠다”고 협박해 350만원을 챙겼다. 2010년 12월에는 한 홍보관의 불법 영업에 대한 방송 보도를 막아주겠다며 현금 150만원을 받고 150만원 상당의 유흥비와 성매매 비용도 받았다.

노 전 사무총장은 2013년 6월에는 한 전기매트 납품업체에게 “제품의 과장광고에 대해 방송 제보와 형사고발을 할 수 있으니 차량 할부금을 내달라”며 2013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자신의 차량 할부금 2500만원을 받았다. 2014년 3월에는 한 홍보관 업주를 찾아가 “한노연이 불법매장에 시위를 하고 있으니 검증을 받으라”며 협박하고 시위에서 제외시켜 주는 대가로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후 자신이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다른 홍보관들에게 알려져 명예가 실추됐다며 같은 업주에게 또 100만원을 뜯어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자신의 직원을 통해 방역을 하지 않으면 홍보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방송 제보 등을 하겠다며 업주들에게 매달 30만원씩 1170만원을 받았다. 2014년 4월에는 한 홍보관에 한노연이 검증한 ‘레이저 칫솔’을 팔지 않으면 시위를 하겠다며 개당 4만8000원씩 200개를 억지로 사게 해 960만원을 챙겼다. 같은 해 9월에는 “사무실을 오픈했는데 인사를 하라”고 협박해 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정 판사는 “피해자들도 노 전 사무총장과 친분을 유지해 문제가 있는 영업을 유지하려고 했다”면서도 “노 전 사무총장은 노인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감시대상인 홍보관 업주와 유통업자들에게 돈을 갈취했다.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에게 변상하지도 않았고 각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판시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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