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 시작이네"..'미투 피로'가 번졌다

박가영 기자 2019. 1.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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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체육계 미투 폭로에 피로감 호소하는 일부 여론.."변화 위해 미투 피로에 맞서야"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우리 사회가 '미투(MeToo) 피로'에 물들고 있다. 체육계를 중심으로 '미투' 불씨가 되살아나자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 잇따른 미투 고발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억압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빙상·유도·태권도…체육계에 불붙은 '미투'

한동안 주춤했던 미투 운동은 최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며 재점화됐다. 지난 8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A씨는 만 17세였던 2014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 선수는 지난해 12월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A 선수 측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시기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록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이어 빙상계에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9일 젊은빙상인연대는 국가대표 출신 1명을 포함한 현직 선수 2명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빙상계 내 성폭력 피해 사례 5~6건이 더 있으며 가해자는 3~4명으로 조사됐다. 피해 선수 중엔 고등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에는 전직 여자유도 선수 B씨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 B씨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1년 여름부터 고교 졸업 후인 2015년까지 전북 고창 영선고 전 유도부 코치 C씨에게 20여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 폭로에 따르면 C씨는 B씨에게 임신 테스트기 사용을 지시하거나 산부인과 진료를 받도록 강요했다. "아내가 의심한다"며 B씨에게 50만원을 보내고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태권도계에서도 미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5일 전직 태권도 선수 D씨가 지도자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였던 강모씨.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총 15명으로 이뤄진 '피해자연대'를 꾸려 강씨를 강간치상 및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미투 운동이 체육계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 이에 대중들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지난 17일 기준 체육계 미투 관련 청원만 100건 이상 게재된 상태다.

◇"또 가해자 취급 당할까 봐…" 미투가 반갑지 않은 이들


/사진=이미지투데이


분노의 이면에선 '미투 피로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초부터 미투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황모씨(30·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모든 남성을 성폭력 가해자 혹은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시선이 가장 불편했다"면서 "미투가 가해자 처벌이 아닌 남성 혐오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5·남)는 "미투가 활발해지면 당연히 회사생활도 피곤해진다. 여성 동료 옆에 앉는 것도 눈치 보게 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반복되는 미투 보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박모씨(22·여)는 "미투 관련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피해 사실이 담긴 기사를 보면 같은 여성으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고통이 공감돼 감정 소모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도도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사회의 성평등 현안'에 따르면 20대 남녀 모두 미투 운동 지지도가 떨어졌다. 특히 남성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미투 지지도는 지난해 7월 56.5%에서 11월 43.6%로 12.9%포인트 하락했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49.7%)는 남성의 응답이 지지한다(43.6%)는 응답을 제친 것이다.

◇ "지겹고 불편하다고?…'피곤한' 미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우려를 표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폭로했다'는 사실 자체로 피해자들에게 해방감을 안겨 준다. 사회가 미투 운동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면 피해자들이 고통을 헤쳐나갈 최소한의 돌파구마저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오랜 기간 스스로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 혼자 억눌러야 해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일부 해소된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동조하는 사람이 늘수록 피해자의 고통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투 피로감에 대해 "아직까지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면서 "체육계를 통해 미투 운동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은 가부장적 제도와 남성우월주의에 동조하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미투 운동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공감'이 이뤄져야 할 때"라며 "남성들이 먼저 미투 운동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여성단체도 과격한 언행을 삼가해 미투 운동이 남녀갈등으로 비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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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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