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반려동물 버리면 야생동물도 위험에 빠진다

이다솔 기자 2019. 1.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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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하라 구조 직후 | “최근 본 길고양이 중에서도 상태가 안 좋은 편이에요.” 지난해 11월 3일, 사하라를 치료한 동물병원 수의사가 말했다. 당시 사하라는 콧등에 상처가 있고 갈비뼈 사이가 옴폭 팰 만큼 말랐다. 심한 설사와 귀 진드기 증상도 보였다. 진드기는 엄마와 접촉해 옮았을 가능성이 높아, 엄마 고양이도 건강이 좋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다솔 기자

개는 약 1만3000~3만년 전부터, 고양이는 약 8000~9000년 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오랜 세월 인간에게 먹이를 얻어먹으며 집을 지키거나 또 하나의 가족으로 사는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이런 반려동물이 야생으로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겨울은 길거리의 고양이에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순간적으로 체온이 떨어지면 심하게는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외래종은 대부분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지만, 드물게 생존할 경우 빠르게 수가 증가하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종’이 됩니다.  토착종은 외래종으로부터 살아남을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더욱 큰 피해를 입힙니다. 한 예로 고양이가 살지 않던 지역에 사는 새는 바닥에 둥지를 틀도록 진화하기도 하는데, 이곳에 고양이가 오면 알과 새끼를 사냥 당하기 쉽습니다. 

호주 찰스다윈대 존 워너스키 연구원은 2015년 유럽인이 외래종인 고양이와 붉은 여우를 호주에 데려온 1788년 이후 바다와 육지에 사는 모든 포유류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불독쥐’와 ‘로드하우긴귀박쥐’ 같은 토착 육상 포유류 273종 중 28종이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호주가 외래종에 취약한 이유는 오랜 세월 고립돼 독특한 생태계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수료한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한국도 고양이가 토착종은 아니지만, 호주와 달리 대부분 사람의 도움으로 도시에 살게 되면서 생존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한국도 유기동물이 고립된 생태계를 이루는 산과 섬으로 떠나지 않도록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에서 멸종된 불독쥐. P.J.Smit(W)

‘들개’ 재교육하는 백사마을

서울시는 정기적으로 산속 유기견을 포획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냅니다. 대부분 입양에 실패해 안락사를 당합니다. 2016년 서울시가 포획한 115마리 중 63마리가 이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은 산과 마을이 맞닿은 동네입니다. 그래서 연휴를 맞아 산속에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견됩니다.  지난달 21일 마을에서 만난 한국성서대 김성호 교수는 “산속 유기견이 추석이 지나며 2마리에서 5마리로 늘었다”며 “연휴에 또 버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행104는 백사마을에 임시 보호소를 만들어 유기견을 교육하고 돌봤다. 동행104

김 교수는 지난 1년여 간 주민, 학생과 함께 ‘동행104’라는 단체를 만들어 산속 유기견을 구조하고 재교육하는 활동을 하고 있씁니다. 버려진 동물이 야생화됐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야생화된 개도 교육을 받으면 다시 사람을 따르도록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게 김 교수 생각입니다. 실제 구조한 11마리 중 7마리가 재입양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새로 버려진 개를 보며 시민만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절실했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5마리를 돕는 데 노원구청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반려동물, 내장 칩으로 등록 필요

서울시와 서울수의사회는 1월부터 동물병원에서 반려견 몸에 작은 칩을 심는 시술을 1만원에 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칩은 반려동물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이런 칩을 활용해 구청에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움직일 때 칩이 이동하지 않도록 움직임이 가장 적은 양쪽 어깨뼈 사이에 칩을 삽입한다. 칩의 표면을 피하조직과 잘 붙게 해 칩이 쉽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패렐린 코팅’이 되어있다. 큐찬스

길이 약 10㎜의 캡슐 모양인 칩에는 전선이 원기둥 모양으로 감긴 코일이 들어 있습니다. 코일은 혼자서 전기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외부의 스캐너에게서 전자파를 받으면 이에 반응해 새로운 전자파를 내보냅니다. ‘전자태그(RFID)’입니다.  RFID에서 나온 전자파를 읽으면 반려동물의 식별 번호를 알 수 있습니다. 식별 번호를 통해 동물의 이름과 주인의 정보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칩은 인체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소재로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칩을 피부 아래에 있는 피하조직에 심으면, 주변 조직은 상처를 아물게 할 때처럼 칩을 감싸 단단하게 고정시킵니다. 서울수의사회 신준호 전무는 “피하조직에는 혈관이 없어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며 “염증 반응이 있었던 경우는 주사를 놓을 때 털이 따라 들어가는 사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11월 서울시는 2013년 7월까지 내장형 칩을 심은 개 4만여 마리 중 부작용이 발견된 것은 8건뿐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기동물 제한에 중성화 수술도 한몫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 귀를 약 0.9cm 잘라 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쪽 귀만 짧은 길고양이는 임신을 막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시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술을 해준 뒤 되돌려 놓는 ‘TNR(중성화수술)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요.

고양이는 태어난 지 약 7개월이 지나면 새끼를 가질 수 있는 발정기가 옵니다. 다 자란 암컷은 1년에 2~3번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길고양이 수가 순식간에 늘어나기 쉽습니다. 그러면 먹이 경쟁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독립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밀집돼 전염병이 쉽게 돌게 됩니다. 

TNR 프로그램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많은 통계학자와 수의학자들은 한 길고양이 군집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임신할 수 없도록 꾸준히 수술을 하면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2008년부터 매년 길고양이 5000~8000마리를 중성화한 결과, 개체 수가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17년 14만 마리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술 부위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길고양이를 돌보는 등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필요

한때 유기 고양이도 안전한 집에서 훌륭한 ‘개냥이(개 같은 고양이라는 의미)’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을 돕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재입양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펫샵보다는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입니다. 반려동물을 사기 전 생각해볼 사항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1. 비용만이 아니라 유학과 이사 등 생애 환경 변화를 고려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숙고한다.

2. 가족과 토론해 모두 반려동물을 원하는지 확인한다.

3. 카라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와 유기동물보호센터 등의 홈페이지를 찾거나 직접 방문해 유기동물을 확인한다.

4. 자신의 환경에서 잘 돌볼 수 있는 유기동물을 찾으면 준비된 절차를 거친 뒤 입양한다.

#2. 건강해진 사하라. 이다솔 기자

관련기사 : 어린이과학동아 2019년 2호(2019.1.15 발행) Intro. 초보 집사의 유기동물 보고서

[이다솔 기자 da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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