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을지면옥 주인 평당 2억 요구.. 합의 뒤집어"

유엄식 기자 입력 2019.01.20. 06:31 수정 2019.01.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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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전 한호건설 회장 "사업인가 나자 기존 합의 뒤집고 보상비 4배 높여"
세운3구역 일대.

을지로 노포(老鋪) 철거 논란의 중심에 선 을지면옥 주인이 당초 세운3지구 재개발에 찬성했다가 사업시행인가 직후 합의를 뒤집고 3.3㎡당 2억원이 넘는 고액의 토지보상비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일대 평균 보상비의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을지면옥 측은 시행사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을지로 노포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일대 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에 참여 중인 신종전 한호건설 회장은 19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당초 을지면옥 땅소유주와 평당 5000만원 중후반대에서 보상가를 협의했는데, 3-2구역 사업시행인가가 결정된 2017년 4월 이후 을지면옥 측이 입장을 바꿔 평당 2억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3-2구역(시행면적 4874㎡) 토지소유주는 약 60여명. 을지면옥 주인이 보유한 지분이 약 11%로 가장 넓다. 이 주장이 맞다면 을지면옥 주인은 300억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을 요구한 셈이다.

현재 3-2구역 토지소유주의 75%이상이 재개발에 동의해 철거가 가능하나, 노포 철거에 대한 반대 여론과 박 시장의 재검토 발언으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신 회장은 을지면옥 등 노포 점주들은 상당규모 자산을 보유해 사회적 약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을지면옥 주인은 재개발 사업 부지 지근거리인 청계천변에 이미 5층짜리 건물을 소유 중"이라며 "재개발 공사 기간에는 그곳으로 가게를 이전했다가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당초 을지면옥 부지에 마련된 판매시설로 재입점하겠다는 계획에도 동의했었다"고 주장했다.

을지면옥 일가가 보유한 일대 5층 건물은 인현동1가 19-2번지로 1층엔 편의점과 꽃집 등이 입점해있다. 신 회장은 재개발이 지연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사업 구역 내에 10평 미만의 작은 땅을 가진 영세한 토지주라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지연으로 은행융자 부담이 커진 영세 지주들이 토지 경매를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한 사건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의 어려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3-2구역 재개발에 동의한 토지주들은 내주 초 시청 앞에서 서울시 정책 변경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신 회장은 세운3구역은 30년 전부터 이주계획을 구상한 서울 시내 대표 슬럼지역으로 재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로변은 임대료도 높고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역 안쪽에 있는 중소 공구상들은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며 "서민을 보호하자는 (박 시장의) 취지는 동의하나 현장실태를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쪽 주장만 듣고 정책을 갑자기 바꾸면 앞으로 서울시가 발표하는 개발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한다"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주거비율을 60%에서 90%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책 변경을 시사한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을지면옥 측은 시행사인 한 회장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병철 을지면옥 대표는 "지금까지 시행사 관계자를 포함해 한번도 누구를 만난 적이 없다"며 "높은 보상금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을지면옥은 당장 토지 보상에 합의할 생각이 없으며 철거 직전까지 장사를 지속하겠단 계획이다. 철거 우려 소식이 전해진 후 전보다 손님이 몰리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노포와 영세 공구상들의 합리적 보상방안과 제조업 특화단지 육성안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공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엄식 기자 us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