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의 시각] 나전칠기 장인 황삼용의 눈물

송혜진 문화부 기자 입력 2019.01.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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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 문화부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이 공개한 유튜브 영상엔 우리나라 나전칠기 장인 황삼용 작가가 나온다. 영상은 "그는 하루 17시간씩 매일 작업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평생 일했지만 황 작가에게 재산이라곤 빚 5000만원이 전부다. 지금도 그는 구멍가게에 붙은 단칸방에서 먹고 잔다. 2017년 영국 사치갤러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 2점을 현대미술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1억9000만원에 팔았던 작가의 삶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한 번도 작품비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작품을 판 돈 전액은 한국나전칠기박물관장이자 크로스포인트 대표였던 국회의원 손혜원 측이 가져갔다. 황 작가가 받은 건 월급으로 나온 인건비뿐이다. 그는 가장 많이 받은 게 월 360만원이라고 했다. 일한 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도 안 된다.

"억울하지 않으세요?" 지난 18일 황 작가와 두 시간 넘게 인터뷰하다가 이렇게 물었다. 작가는 "이게 내 팔자고 복의 크기입니다. 이젠 손 대표님을 원망하고 싶지도 않고 옹호하고 싶지도 않습니다"고 했다. 말끝에 눈물을 보였다.

많은 전통 공예 작가들은 작품의 판로를 찾지 못해 허덕인다. 이 열악한 현실을 손 의원이 몰랐을 리 없다. 작가들 몇몇을 발굴했고 판로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작가들은 감지덕지했다. 작품비가 얼마인지조차 묻지 못했다. 손 의원은 이런 구조를 악용한 것은 아닐까. 목포 논란에도 손 의원을 '공예계 잔다르크'라고 칭송한 한 공예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황 작가가 이 일(조선일보와의 인터뷰)로 배신자로 낙인 찍힌다면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겠느냐'고 썼다. 왜 많은 공예작가가 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손 의원을 "은인"이라고만 말했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본지 19일자에 실린 황 작가의 인터뷰가 파장을 일으키자 손 의원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왜곡된 인터뷰'라고 주장했다. 그는 '황 선생이 자기 작품이라고 한 '조약돌' 시리즈는 2013년 제가 기획, 디자인한 작품이다. 작품 전시차 해외에도 보내드리고 작가 대접도 받고 하셨으니 황 선생은 조약돌을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썼다. 이는 손 의원이 전통 공예작가를 자신이 기획·디자인한 작품의 수주 작업만 하는 기능공으로만 여겼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는 데이미언 허스트에게도 황삼용 작가를 일개 기능공으로 소개했던 걸까. 조약돌 작품엔 황 작가 낙관이 찍혀 있다. 작가를 속여 해외에 팔았다면 이는 사기에 해당한다.

황삼용 작가는 손 의원이 자신을 비롯한 다른 장인들을 모두 목포로 데리고 가고 싶어했고, 이를 황 작가가 거절하자 일이 끊겼다고 했다. 손 의원이 장인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들이 목포에 오지 않아도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해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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